[서평] 젠더 : 심리학으로 말하다
<젠더 : 심리학으로 말하다> 게리 W. 우드, 돌배나무
이 책은 사회적 이슈를 현재까지 심리학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해석하고자하는 시리즈 심리학으로 말하다의 3번째 젠더편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성(sex)보다 젠더(gender)라는 표현에 더 익숙해 지고 있다. 뉴스나 기사에서 젠더감수성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데 젠더란 무엇인지 사실 익숙하지 않다. 이 책은 젠더라는 주제를 바라보는 심리학적인 관점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말하고 있다.
저자는 일단 성은 명사 젠더는 동사로 받아드리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즉 성은 과거의 이분법적인 성에 대한 정체성으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젠더는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성을 바라보고 성별을 구분하려는 사회학적인 시도인 셈이다.
그럼 일단 남성과 여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인간을 남성(수컷)와 여성(암컷)이라는 이분법으로 구분할 수 있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남성과 여성은 생식기와 생리적 현상으로 인간을 구분하려는 시도로 근본적으로 XX와 XY라는 유전적인 특질에 해당하지만 이 또한 정확한 구분은 아니라고 본다. 상대적으로 소수이지만 XXY나 X(0)인 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고 XX나 XY라고 해서 우리가 성호르몬으로 인식하고 있는 호르몬의 작용이 유전자의 설계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그것이 결함이든 우연에 의한 산물이든 생각보다 빈번하고 다양한 형태의 변형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은 남성성과 여성성으로 이분적인 구분에서 벗어난 변이를 나타내게 된다.
요즘 넷플릭스영화를 보다보면 LGBTQ라는 용어를 접할 수 있다. 성적 소수자를 뜻하는 용어로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섹슈얼, 퀴어(성소수자)의 약어라고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인터섹스와 그 외를 뜻하는 LGBTQI+로 언급한다. 인터섹스는 생물학적으로 양쪽성을 모두 가지고 태어난 경우를 말하며 문화권마다 다르게 표현되는 존재로 인도에선 신성시되는 성이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인류가 존재한 이후부터 이런 성과 성적 지향은 항상 존재해왔으며 그것은 유전(또는 다른 영향)이라는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확률 중 하나일 뿐이지만 사회적으로 감추어진 성이었다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생물학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중에서 사회적 통념과 달랐던 사실 중 하나는 음경은 여성의 음핵의 확장으로 본다는 사실이고 유전적으로 XY염색체는 불안전한 염색체구조이기때문에 질병이나 여러가지 장애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연장선 상에서 음경의 크기가 커지면 정소가 작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면서 과도한 호르몬 영향으로 인한 불균형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조금은 논란적이면서도 관심이 갔던 내용은 항문이 굉장히 성적인 대상이라는 점이다. 이 부분에 대해 남성과 여성이 받아드리는 바가 좀 다르긴 하지만 항문 자체가 성적인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대체로 공통적인 인식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생물학적인 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적 성은 근대까지 강화되어져 왔다는 사실은 여러가지 영향이 있었겠지만 종교나 가부장적인 권력과 관련이 많다고 보여진다. 이런 성역할을 고착화를 다루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젠더라는 개념으로 "생물학적 성(음경/질) -> 지정 젠더(남성/여성) -> 젠더 역할(남성적/여성적) -> 전더 정체성(내재화) -> 젠더 표현(외재화)"는 과정으로 젠더적인 구분이 이루어진다고 봤다.
이런 측면에서 남성과 여성에 대한 구분을 다시 세밀하게 따져보면 현재의 과학(주로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입장은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뚜렷하게 구분할 만큼의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근력과 공격성 정도이고 근력도 특정 근력에 대해 큰 차이를 보이지만 던지기나 공격적인 근육을 제외하면 여성의 근력은 다른부분에서 발달했다는 점을 알수있다. 오히려 수학(수리력)이나 섹스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남성과 여성은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수학에 대한 자신감 측면에선 남성이 더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타적인 부분(도움주기)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는 사회적 인식과 다르게 남성이 더 도움을 줄 확률이 크다는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고 한다. 반면 여성이 우월한 것으로 인식되어져왔던 언어구사 능력도 연구결과에선 작은 차이에 머물러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점이 실제로 생물학적인 차이 이상의 사회적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있으며 실제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사회적 정의를 기준으로 다수의 사람들을 측정했을 때 남성성과 여성성이 중첩되는 영역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분포하고 있는 그래프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있다.
결국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능력을 구분하는 것은 사회적인 관습에 머물러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으며 이런 점을 강조하는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류의 대중심리학에 대해 많은 우려를 보이고 있다. 실제 연구에서는 화성과 금성에서 올 만큼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왜 남성과 여성의 보편적 구분이 익숙하고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질까? 사회화되고 관습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젠더 정체성에 대해 좀더 세밀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종교나 가부장제와 같은 관습들이 영향을 미치는데 가부장제는 단지 남성에게만 수혜(또는 불편함)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가부장적 분담금의 혜택을 누리는 여성에게서도 나타나는 현상들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런 점들이 바로 여적여라는 사회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치 노조라는 조직은 노동자라는 상대적 약자를 위한 조직이지만 대기업 노조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중소기업이나 상대적으로 빈곤한 노조(비정규같은)들에 대해 자신들과 다른 관점과 이해관계를 표명하는 것과 같은 현상들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것은 인간의 뇌구조와도 관련되어있다.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패턴으로 인식하며 성장할 수록 그것을 확고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책에서는 그런 현상을 스키마 이론이라고 부른다. 즉,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 불확실한 영역이 존재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불확실성을 제거해서 인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것은 인간의 개인적인 성장을 떠나 사회적 진화의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런 뇌구조적 한계로 인해 우린 젠더적 편향을 공고히 하는 대중심리학에 더 열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결국 젠더는 권력적인 요소를 가진 함수관계이다. 젠더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것은 누가 더 권력을 가지고 누군가를 착취할 것이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책에선 그런 점에 대해 고민할 때 필요한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을 제시한다.
영국 정치인 토니 벤이 제기한 권력과 민주주의에 관한 다섯 가지 질문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 당신은 어떤 힘을 가지고 갖고 있나?
-그 힘을 어디에서 얻게 되었나?
- 당신은 누구의 이익을 위해 그 힘을 사용하나?
- 당신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
- 우리가 당신을 제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들은 다른 사람의 권리와 신체에 대해 영향을 주는 권력을 행사하는 경우라면 누구에게도 적용 가능한 질문이다.
지식과 힘의 관계
1. 누구의 지식인가? 누가 만들었나?
2. 왜 이런 방식으로 만들어졌나?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는가?
3. 누가 혜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4. 이 지식으로 무슨 일이 생기는가? 다른 지식이 수용되면 무슨 일이 생기나?
우리는 이러한 권력구조의 희생양이 되어 우리가 가진 양성성을 거세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심리학으로 말하다 시리즈를 <음모론>, <신뢰>에 이어 이번 <젠더>까지 세 권을 읽었는데 매번 관련 주제에 대해 현재 심리학계에서 논의되고 있고 연구된 성과를 잘 정리해주고 있어 현상을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와주고 있어 좋다고 느낀다. 이 시리즈의 남은 출간대기 주제 중에서 내가 관심 가진 주제의 책에 대해선 출간되는 대로 찾아서 다 읽어봐야겠다.
※ 이 글은 협찬받은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