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후기]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지구를 위한 다는 착각> 마이클 셸런버거, 부키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추럴함에 열광하고 있고 기후위기를 위해 재활용과 재생에너지를 당연하게 받아드리고 있다. 과연 그것은 우리가 의도하는 바와 부합하는 것일까?
또한, 지금 우리는 정말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일까?
이 책은 오랜 시간 채식주의자이자 환경운동가로 대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주도했던 저자의 자기 반성이자 현재 환경운동의 문제점에 대한 통렬한 지적들로 채워져 있다.
나 또한 어느 순간부터 환경운동이 가지는 모순점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나 채식주의에 대해서는 이제는 거부감까지 느끼는 상황에 이르게 되었는데 내 개인의 이해와 논거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고 현재의 방향성에 대해 좀더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분석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보여졌다.
지구는 그 자체로 커다란 생명체이고 인류도 그 생명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책에선 내가 몰랐거나 간과했던 사실들에 대해서도 많이 지적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플라스틱 빨대로 인해 떠들썩 했던 플라스틱 투기와 오염에 대한 문제에 있어 거북이에게서 빨대를 제거했던 생물학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것이 가지는 선명성과는 별개로 플라스틱이 사실은 더 많은 거북이의 생명을 구했다는 사실이었다.
고래에 대한 포경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되고 있었는데 그린피스를 유명하게 했던 포경선에 대한 그린피스의 공격이전에 이미 석유가공의 발전으로 고래 포획에 대한 가치가 많이 줄어들었으며 사회적 시스템 효율이 떨어졌던 소비에트 같은 공산권 국가를 중심으로 포경산업이 남아 있는 상태였으며 그마저도 곧 사라졌다는 사실이다.
브라질의 원시림이 지구의 허파라는 거짓선동에 대한 비판이나 재생에너지라는 말로 포장되어 효율이 떨어지는 에너지 생산을 위해 더 안전하고 검증된 원자력을 폐기하려는 과정들에 대해 그리고 그것이 주는 역효과에 대해 수많은 참고문헌을 통해 인용하며 설명하고 있다.
굶주리고 헐벗은 북극곰에 대한 영상은 많은 사람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지만 정작 북극곰이 위기에 처했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며 그 영상 속 북극곰도 환경의 영향으로 단정하기에 무리가 있었는 것은 이 책이 아니라도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그 자신이 환경운동을 했던 당사자였기에 하나하나의 논증에도 심혈을 기울이며 과학적인 근거들을 충분하게 인용하여 논박하고 있다.
지구는 지금 위기인가? 대기 중의 탄소농도가 증가하고 그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것에 대한 원인과 대응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비효율과 환경 문제가 검증되지 않은 산업을 위해 안전하게 검증된 산업을 버리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의 물리학 수업에서도 다루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만 이해해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의 논쟁을 해야하는 것까진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반대 증거들을 애써무시하거나 감추며 자신들의 정당성만을 앞세우는 태도는 지금의 환경운동이 하나의 헤게모니이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한다는 생각만 들게 한다.
지구를 위험하게 하는 것은 인류를 위험하게 하는 것은 누구인지 좀더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