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신고은, 샘터
이 책은 요즘 자주 회자되는 가스라이팅에 대한 책이다. 가스라이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지 어떤 유형을 보이며 어떤 심리적 기제와 함께 움직이는 지 설명하고 있으며 가스라이팅을 극복할 수 있도록 자신을 돌아보고 인지부조화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에 대해 심리학적인 처방을 내놓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핵심은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하는 것'과 '스스로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을 가하는 사람을 가스라이터로 당하는 사람을 가스라이티라고 부르며 상황이나 심리를 조작해서 스스로 굴복하고 따르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는 이야기다.
상황이나 심리의 조작이라는 말은 결국 가스라이터가 가지는 의도(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가 중요한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다는 뜻이다. 상대를 자신이 바라는 바대로 이끌어내려고 상대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혀 스스로를 의심하고 자아가 분영되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만 가스라이팅의 범위는 의외로 광범위하지만 반대로 가스라이팅이란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면서 불필요하게 남용되는 경향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반대로 누군가 의견이 다르고 대립하는 상황에서 상대가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고 해서 가스라이팅이라고 몰고가는 그 자체가 역으로 가스라이팅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이다.
상대방의 주장이 일방적이고 잘못되었다는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의도와 의지를 관철하려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라는 이름을 빌어 벌이는 가스라이팅에 해당한다.
가스라이팅은 연인관계는 물론 부모자식간에 자주 발생할 수 있으며 가스라이팅을 통해 상대를 통제하려는 것과 충고와 조언에 대한 것을 구분하는 것이 어린 아이들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애착관계에 있는 대상이면 더 크게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가장 강력한 가스라이팅은 종교라는 우스개스런 말이 있다. 선과 악을 규정하고 선을 따르지 않으면 악마와 지옥으로 회유하는 방식은 가장 전형적인 가스라이팅이다.
고정관념을 상대에게 적용하는 것도 하나의 가스라이팅이기에 관용이 없는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 것은 모두 가스라이팅의 일종으로 바라봐도 무방할 것 같다. 특히 상대의 입장이 아니라 나의 방식과 입장에서 배려라고 강변하는 것은 강한 폭력이 동반된 폭력적인 가스라이팅이 된다.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없는 조언은 그저 폭력일 뿐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은연중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과 자신의 경험과 인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관점으로 상대를 재단하고 맞추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자기 자식에게 자기 연인에게 내가 원하는 욕망을 투용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고 느낄때가 있어 이 책을 읽다보면 가스라이팅을 안하고 사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하고 만연한 것일 수도 있고 반대로 가스라이팅을 피하는 것이 훨씬 불편하고 어려운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오면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스라이터라는 말을 들었던 순간이 생각난다.그말 한마디로 찾아왔던 공포와 당혹감 그리고 오랜 시간 스스로 정립했던 태도와 방식에 대해 의심하게 되고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반복해 되돌아 보게 만드는 그 시간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어쩌면 아직도 그 시간의 연장선상에 있는 나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제는 그 순간을 이해하기 위한 나의 생각들은 정리되었지만 어전히 불편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누구도 타인의 욕구에 희생될 필요는 없다. 벽에 붙은 파리가 바라보듯이 나를 타자화하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습관이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아 누군가에겐 강요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 같다. 나의 욕구를 상대에게 투영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 것이 때론 일상적인 모습과 벗어나있고 상대에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잇지만 나는 나의 방식으로 누구든 정해진 거리를 두고 바라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가스라이팅을 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갈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