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후기

[도서협찬] 카스트

신천지행 2022. 5. 7. 23:33

 


<카스트> 이저벨 윌커슨, 이경남, 알에이치코리아


처음에 제목을 보고 인도의 카스트를 이야기하는 책인줄 알았다. 하지만 책소개 글에서 미국의 인종주의적 차별을 인도의 카스트에 빗대어 설명하는 책이라는 것을 알고 그게 뭐 별거인가? 피부색으로 차별하는 것은 비슷하니 그렇게 엮어서 설명할 수도 있겠네 정도로만 이해했고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되었든 일단 읽기 시작하니 5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손에서 놓을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는 책이었다.

하일 히틀러를 외치는 군중가운데 혼자 손을 들고 있지 않은 '아우구스트 란트메서'의 사진과 이야기로 시작하는 책의 서문은 시작부터 한대 맞는 듯한 강렬한 느낌이었다.

미국의 인종차별을 인도의 인종차별에 빗대어 카스트라는 제도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20세기 초반부터 있어왔다는 사실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인도의 카스트라는 말의 어원은 사실 포루투칼어이고 인도에는 카스트가 없다. 우리가 4계급으로 알고있는 바르나와 직업적인 그룹으로 구분되는 자티가 복잡하게 얽혀서 우리가 인식하는 카스트라는 제도를 만들어 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바르나에 속하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라는 4계급이 아니라 이 계급에 속하지 않는 불가촉천민이라는 집단은 존재이다.

절대 접촉조차 불경시되는 이 사람들은 '달리트'나 '하리잔'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인도 인구의 30%를 차지하면서도 아직도 인간(시민)으로서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고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인 저자에겐 현재 미국 사회에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의 처지는 '달리트'의 존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로 받아드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최초의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 대통령의 당선이 오히려 지배 카스트의 백래시를 불러오게 되었고 그것이 하나의 정치현상으로 트럼프와 같은 극단적 백인 우월주의자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과정을 후기로 적기엔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은 방대하면서도 미국 역사에서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들의 삶이 가지는 모순이 너무나도 크다고 느껴진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아직도 미국사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들이 지배카스트를 구성하고 피지배 카스트인 아프리카계 아메리카인에 대한 지배 구조를 바꾸지 않으려고 한다는 주장은 설마라는 말보다는 최근 일련의 공권력에 의한 수많은 죽음이나 린치들을 보면서 아직도 미국 사회가 가지는 인종적 갈등의 골이 크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카스트 체제는 그 자체의 타성과 그것을 지탱하는 우월한 카스트의 관심에 의해 유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