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후기

[도서협찬] 폭력의 역사

신천지행 2022. 12. 18. 12:01

 

<폭력의 역사> 김성수, 필요한책

한국 현대사는 많은 비극이 숨어있는 역사다. 이미 잘 알려진 비극들도 있고 아직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슬픔만 남은 순간들도 있다.

이 책은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한국사에서 잊혀진 비극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와 진싦/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알게된 사실들을 기반으로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현대사의 잔혹함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책은 9080년대를 시작으로 7060년대, 5040년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시대적 특징에 따른 사건들을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80년대 90년대는 전두환정권으로 상징되는 군사정권 말기이자 학생운동 세력이 커지면서 정권과 갈등하는 시대였던 만큼 주로 대학생들의 의문사를 다루고 있다. 학출로서 노동운동에 투신했던 박태순의 의문사라던 당시 지방 소도시 대학교에서 공공연하게 자행되던 백색테러에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우전문대 총학생회장인 김용갑 학생의 의문의 교통사고도 있었지만 주로 시위도중 잡혀 경찰서에서 바로 강제 입영되어 군생활을 하다가 프락치 활동을 강요받던 와중에 군대 내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대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60년대 70년대는 박정희 정권시절이었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 반공을 국시로 정하며 공안통치를 자행했던 정권답게 많은 이들이 간첩으로 몰려 죽어갔는데 외국생활을 오래했던 교수가 단지 측근 길들이기 차원에서 간첩으로 몰려 사형당했다는 사실은 정권이 어떻게 유지되고 있었는지 잘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의 고위직이었던 탈북자 이수근의 사례는 자유를 찾아 내려왔던 탈북자였지만 이 곳에서도 자유가 없어 해외로 망명하려다가 이중첩자로 몰려 사형당하는 장면에서 슬픔보단 기구함이 느껴진다.

40년대 50년대는 이승만 정권시절 막 분단이 이루어지고 좌우의 대립이 첨예했던 상황에서 부역자로 몰려 죽임을 당하거나 보도연맹과 같은 조직적인 학살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그 당시 증오가 얼마나 컸고 무자비한 광기의 시대였는지 두려움에 떨게된다.

우리의 현대사는 증오와 광기의 시대였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미워하며 죽임으로써 나를 완성하려던 시대가 끝났다고 말하는데 얼마전 뉴스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일부 비난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이슬람 사원앞에서 돼지고기를 먹고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단식 시위현장에서 피자를 시켜먹는 조롱을 보면서 다시 증오와 광기의 시대를 맞이할까 두려움이 든다.

증오나 혐오의 감정을 가질 수는 있지만 그것을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들어내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병으로 볼 수 있다는 며칠 전 라디오에 출연했던 심리학자의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