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협찬] 해적
<해적> 피터 레어, 홍우정, 북이십일 레드리버
해적 어려서 보았던 보물섬 속에서 그려진 해적부터 최근 인기있는 원피스 만화 속에 해적까지 해적이란 잔혹하지만 자유롭고 낭만적인 모습이 혼재되어 묘사된다.
이 책은 700년대부터 현재까지 전세계 바다를 누비며 약탈을 주업으로 했던 해적의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내고 있다.
해적의 시대를 크게 700~1500년대와 1500~1914년까지 1914년부터 현재까지로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서 해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첫번째와 두번째 시대의 차이는 대항해시대로 접어들어 해상무역이 활성화된 시기이전과 이후의 차이이기도 하고 항해술과 대포로 인한 해상전술이 변화한 모습도 구분되어있다.
물론 우리가 알고있는 유명한 해적이야기들은 주로 대항해시대에 활동했던 해적들로 드레이크나 검은수염, 에이버리 등 서양의 해적들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왜구와 정일수 같은 중국과 동아시아에서 활동했던 해적의 모습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고대부터 연안을 중심으로 해적들은 끊임없이 활동해 왔고 현대에 와서도 생계를 위해 자연스럽게 해적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과거에는 해적과 상선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바다는 무법지대였고 정부에게 허락된 해적인 사략선들의 존재는 자유로운 외교라는 이름으로 해적에 더 빠져들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일단 해적질을 하고 나서 사후에 정부에게 많은 노략물을 바치며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해적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도전해볼 가치가 있는 직업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되었던 것이다.
중세까지 해적은 주로 북해와 지중해, 동아시아 권에서 활동했었지만 대항해시대가 되고 신대륙이 발견된 이후에는 카리브해 연안과 말레이반도와 동아프리카 연안도 해적의 주요 활동무대가 된다.
중세 해적 말미에 소개된 정지룡과 그의 장남인 정성공 이야기는 현재 대만이라는 지역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야기라서 좀더 재미있게 읽게 되었고 결국 정성공도 명나라 말 중국판 사략선을 이끌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의 해적들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낭만보다는 좀더 현실적이고 생계형 해적들이 늘어났다는 점과 자동소총으로 무장해 작은 고무보트를 타고 지나다니는 상선을 노린다는 점이 과거 우리가 기억하는 해적들과는 많이 다른 모습인 것 같다.
우리나라 청해부대의 활약도 있었지만 여전히 소말리안 인근해역은 해적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책에서 소개된 그 탄생배경이 서양의 저인망어선들을 몰아내기 위한 자경단에서 기원을 찾고 있어 씁쓸함을 더한다.
최근 해적활동에 대응해 거대한 상선에는 대피소인 시타델을 두거나 아예 사람이 승선하지 않는 무인선박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하지만 인간의 욕망을 손쉽게 해결해주는 해적이라는 존재가 쉽게 사라지진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