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이벤트] 전화하지 않는 남자 사랑에 빠진 여자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올해 여름은 일에 푹빠져 지냈다. 두달여를 책 한권 읽을 시간 없이 보내다 보니 가벼운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 한동안 읽지 않던 소설책 그것도 왠지 달달함이 꿀처럼 떨어질 것 같은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전화하지 않는 남자라니...
<화성에서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라는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여타 연애 심리에서 많이 소개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남자는 자신의 상황에 당황하면 굴 속으로 들어간다는 말들을 자주 한다.
책의 제목에서 그런 책임감없고 머저리 같은 남자가 떠올랐다.
어쩌면 젊은 시절 나의 모습을 떠올렸을 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시작은 달달했다. 알수없는 불안감을 감춘 달달함에 순식간에 매료되었다.
사춘기 시절 고향인 영국을 떠나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사라는 그곳에서 (전)남편을 만나 함께 자선단체를 이끌어가고 있는 열혈여성이다.
서로에게 진지했던 시간을 지나 이젠 친구로 지내기로 한 전남편과 이혼을 합의하고 별거 중이긴 했지만 아직 법적으로 유부녀였던 사라는 매년 찾는 고향집 근처를 산책하다 에디를 만난다. 길잃은 양을 발견해 함께 우리에 넣고 인근 펍에서 12시간동안 수다를 떨고 자연스럽게 그의 집(헛간)에서 사랑을 나누며 두 사람을 불타오른다.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야 했던 사라와 스페인으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던 에디에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7일 뿐이었다. 마지막날 두 사람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자신이 아끼는 물건을 상대에게 사랑의 징표로 건내주었다. 보통의 연인들처럼 그렇게 그들의 사랑을 확인하며 더 큰 행복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에디가 사라졌다.
문을 나서는 그 이후 그는 그녀가 그를 찾을 수 있는 모든 곳(페이스북)에서 사라지고 그녀의 연락에 답을 하지 않았다.
사라는 에디에서 어떤 사고가 난 것이 아닐지 불안해 했고 갑작스러운 사라짐에 당황해하고 있었다.
그 만남이 흔한 남자들의 하룻밤 욕방의 흔적이었다는 불안감보다는 자신이 가졌던 사랑에 대한 확신을 버릴 수 없는 절망감이었다. 사라는 에디를 사랑하고 있다고 에디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단 7일간의 만남이었지만 그렇게 확신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만큼의 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
우연처럼, 운명처럼, 만난 두사람 운명과 우연과 필연의 상관관계는 누구에게나 숙제이겠지만 사라에겐 그 순간 우연이 운명이 되었고 그것은 필연으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마도 작가는 필연으로 이어진 운명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필연으로 이어져가는 과정을 마치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전개되고 있다.
서로의 짧은 대화에서 미쳐 다 담지 못했던 각자의 과거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소설은 사라와 에디의 시선을 번갈아 보여주며 공감대를 잘 이끌어 준다.
사랑에 대한 이야기면서 아픔을 가진 두 남여에 대한 치유와 성장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손에 들고 한자리에서 하룻밤만에 다읽게 만들 정도로 스토리 전개 재미있게 잘 만들어진 소설이고 사랑에 대한 작가의 믿음에 지지를 보내고 싶어지는 소설이었다.
확실히 여성의 시각에서 보는 사랑은 부드럽다.
소설을 읽고 났을때 잠깐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오르기도 했다. 단 3일의 만남으로 죽을때까지 사랑했던 그들의 모습과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딘가 닮아있었다.
오랜만에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