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후기

테드창의 <숨> - 내 숨의 길이가 궁금하다

신천지행 2019. 9. 30. 11:30

도서관서 블라인드 추천도서라는 재미난 이벤트를 하길래 하나 골라 들고 왔다
박스는 기념으로 가져도 된다고는 하는데 역시나 바로 쓰레기통행이다.

열어보니 테드창의 <숨>이라는 단편집이다.

유명한 소설가라고 하는데 글로는 처음 접해본다. 다읽고나서 안 사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컨텍트>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가라는 사실이 반가웠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과생인 나는 어려서부터 SF소설을 좋아했던 것 같다.

지금은 딱히 SF라는 장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과학기술이 발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굳이 소설이나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빌리지 않아도 매일매일 현실에서 새로운 기술을 상상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책은 참 신선했다.

추천문구에도 나와있듯이 과알못도 이해하기 쉬운 과학소설이면서 매 단편마다 미스터리 같은 독특한 셰계관과 상상력을 보여주며 궁극적으로 인간의 자유의지를 현대 과학을 통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 지 작가의 생각을 보여준다.

마치 인간 이후 또는 다른 차원의 어느 생태계를 보여주는 듯한 <숨>은 그런 상상의 백미중 하나였다. 왜 숨을 이 작품집의 대표로 내세웠는지 알것 같은 느낌이다. 컴퓨터과학을 전공한 사람의 입장에서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제목만으로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고 그 속에 표현되는 인공지능의 발전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설정은 블레이드러너와는 다른 지적인 객체에 대한 진지하고 자기성찰적인 고민을 보여준다.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은 인간의 기억이 왜곡되는 과정과 그것을 보완하는 기술이 주는 감정적 진실의 상실에 대한 갈등을 보여준다. 사실적 진실이라고 불리는 팩트가 항상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기에 감정적 진실은 살아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기적인 모습이 아니게 감정적 진실을 유지할 방법을 찾을 수가 있을까?

작가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로 이끌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에서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다차원 형성에 대한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선택적 차원 분기설에 빗대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은 결국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길을 간다.

그것은 미래가 고정되어있다는 뜻이 아니라 나의 미래는 나에 의해 결정된다는 뜻이면서 나의 자유의지는 나 자신을 어떻게 단련하고 의지를 가꾸어 가는 가에 대한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면에서 첫번째 작품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에서 보여지는 타임머신과 같은 문을 통해 마주하는 진실들을 통해 감정적 진실과 사실적 진실이 만들어내는 감정에 의해 불안한 자유의 현기증이 우리를 갈등하고 자신의 미래를 움지이는 과정이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개별적인 작품들이지만 작가의 의지와 설득하고자 하는 사상이 잘 나타나게 이어져있는 재미난 작품들이었다.

이런 천재들을 만나면 위축되면서도 즐겁다.

 

도서관에 전시된 블라인드 추천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