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후기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단편집

신천지행 2020. 5. 28. 14:00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 단편선

 

독서모임 맴버추천작

 

SF라는 장르문학 불모지인 국내에서 SF작가로 주목받는 신인작가라고 한다.

 

작가 개인에 대한 특이함도 끌림이 되었지만 조금은 강제적 권유로 책을 들었다.

 

공상과학이라는 말속에서 느껴지는 과학적 상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묘사는 자연스럽고 세련되어 있다.

 

앞전에 읽었던 테드창의 숨을 연상시키는 미래적인 관계들에 대한 통찰 그러나 그 미래속에선 아직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감정의 물성을 뺀 모든 이야기 속 화자가 여성이라는 것은 꼭 작가가 여성이라서 한 선택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작가가 말하고 싶은 대상이 사회적 약자이거나 소수자였기에 선택된 자들로 보였다.

 

이 단편들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여성이거나 이주민, 비혼모, 장애인으로 묘사되고 있다.

 

작가의 모든 이야기는 상실에서 시작한다.

 

가족이든 감정이든 무언가 잃어버린 대상을 찾거나 인식하는 과정을 그 그리움과 절망과 괴로움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어떤 과학기술로도 어떤 미래도 미지의 외계생명체도 관계로 인한 고통과 불편함을 피해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인간의 본질이 이성과 지성이 아닌 감정과 감성에서 우러나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가 소설을 읽게되는 원천이라는 것을 잘 느끼게해준다.

 

젊다기 보단 어린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 한 작가가 보여주는 삶과 관계에 대한 통찰은 청각장애를 가졌다는 작가가 살아온 삶의 여정이 묻어난 것일까?

 

슬픔과 기쁨과 행복과 괴로움과 그리움이 사라진 순간 인류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매 작품마다 보이는 여백이 좋다.  굳이 그려넣지 않아 독자가 자유롭게 상상할 재미를 남겨두는 재치는 살짝 얄밉기까지한 재능이다.

 

재능도 있지만 인간에 대한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 작가가 그려갈 또 다른 세계가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