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후기

[SF고전] 스타십 트루퍼스 (Starship Troopers)

신천지행 2020. 7. 7. 16:00

#도서후기
#스타십트루퍼스
#sf고전

영화 스타쉽 트루퍼스의 원작으로 알려져있는 소설

스타쉽 트루퍼스 영화의 네이버 댓글을 보면 영화가 스타크래프트의 테란과 저그를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후관계가 좀 다르긴하지만 아주 틀린말은 아니라고 봐야할 것 같다.

스타크래프트의 테란과 저그가 이 소설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만들어진 게임이기때문이다.

두말할 나위없는 고전의 명작인 이 소설은 여러가지 면에서 획기적인 면을 가지고 있었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가 1950년대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기동보병이라는 개념은 놀라운 안목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영화에선 기동보병의 개념이 묻혀버려서 아쉬움이 컸었지만 소설 속 기동보병의 주요 무장인 강화복은 이제 영화는 물론 미래 군인의 모습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소설에서 만들어진 군인의 모습은 건담과 같은 재패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이후 밀리터리 SF의 원형을 만들었다는 사실에서도 많은 가치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직전에 읽었던 낭만과 사랑이 가득한 "낯선땅 이방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라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더 들수 밖에 없다. 하지만 주의깊게 들여다 본다면 "낯선땅 이방인"에서 허쇼가 읍조리는 수많은 냉소와 "역사와 윤리 철학"을 담당하는 퇴역중령 뒤부아의 목소리는 일맥상통한 면이 존재한다.

소설의 내용은 "낯선땅 이방인"과 마찬가지로 미래 어느 시점 또 한차례 큰 전쟁을 치루고난 지구에 군인정권이 들어서게 되어 자원입대해서 의무복무를 마친 사람들에게만 투표권이 있는 시민의 자격이 주어지는 사회로 주인공 조니는 칼과 카르멘을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기동보병에 자원입대해 훈련병 생활을 거쳐 새롭게 발견된 우주종족인 거미족과의 전쟁을 치루는 이야기가 전체 줄거리다.

이야기는 참 단순한 구조지만 내용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특히 "역사와 윤리철학" 과목에서 벌어지는 논쟁은 작가의 냉소와 통찰력은 느끼게 해주는 서늘함이 존재한다. 이 소설의 가치를 언급하는 이야기들은 많으니 내가 굳이 더 설명할 것은 없겠지만 크게 기억에 남았던 두가지를 이야기하고싶다.


첫번째는 체벌 또는 폭력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아동학대문제로 인해 체벌금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아동학대는 막아야 하고 아동학대자들이 훈육차원이라며 행한 행위들도 차단해야만 한다.

하지만 저자는 체벌이 금지되고 폭력을 수단으로 금기시 하던 시대에 대한 회고장면에서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로서 태형과 같은 형벌이 존재했던 것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개를 키우는 것에 비유해서 매순간마다 반복적인 폭력이 아닌 필요한 순간에 적절하게 가해지는 육체적 고통이 범죄 재발 방지에 효과가 있거나 교육적 효과가 높다는 믿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체벌 또는 폭력에 대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들에 대해 이 소설은 많은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단지 기동보병이라고 불리는 대상이 소설을 주요 내용이라서만은 아니다.

저자인 하인라인이 가지는 인류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것이 "낯선땅 이방인"에서 보여준 평화주의자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처럼 보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에겐 이 두가지 극명한 대립모두 인간의 본성에 집중한 작가적 성찰로 보여졌다.

많은 육아서에서 경고하는 내용에 대해 숙지하고 있지만 난 체벌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다. 강력한 신체적 고통을 겪어보지 못한 자는 두려움없는 하룻강아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분명 난 평화주의자고 모든 인류가 서로를 사랑하는 세상을 꿈꾸며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용인되는 것이 싫지만 과연 우리가 폭력을 몰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점을 가지고 있다.

야성을 잃어버렸을때 과연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소설 속에서 자주 언급되듯이 오랜 평화속에 사라져간 많은 역사속 국가들처럼 인류도 그렇게 살아져가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될때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이 소설속에서 자본론은 쓰레기취급받고 있다.


이 소설에서 나에 인상적이 었던 두번째는 수학이다.

주인공 리코가 장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과목이 수학이었고 견습 장교일때도 수학문제 푸는 것을 멈추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

군인들이 권력을 장악한 사회에서 스스로 그 권력의 완전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과학적 인지능력이라고 보는 것을 틈틈이 나타내고 있다.

직업적 특성도 작용하겠지만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뉴스를 읽을때도 기초 과학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느끼게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 같은 과학적 사건만이 아니라 단순한 시사적인 문제나 여타 사회적 사건조차도 과학적 인지능력을 갖추지 못했을때 가짜뉴스에 쉽사리 빠져들수 없다는 것을 많이 느끼게 해주는 요즘이라 더 크게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대입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수학에서 고교 수학에서 미적분을 빼자고 하는 말이 당연한 듯이 먹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 절망감조차 느껴질 때가 있다.

교육의 논리가 성적과 비용으로만 재단되는 현실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 결코 우리의 미래를 밝게해주지 못한다고 믿는다. 미분적분을 못한다고 일상을 살아가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면 역사를 모른다고 일상에 지장이 오지 않는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인가?

최근 인공지능과 로봇이 주목받으며 점점 일자리가 줄어가는 것에 대한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당연히 앞으로는 단순노동 영역은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강화갑옷을 입고 싸우는 기동보병들처럼 기계화된 인류에게 더 필요한 것은 깊이있고 고급화된 과학지식일 것이다.

반세기전에 쓰여진 소설에서 조차 그런 점을 간과하지 않고있는데 지금 우리는 스스로의 지식을 낮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이 소설한편으로 단정할 수 없겠지만 작가는 인간의 본성을 깨우고 극대화 하면서도 그것을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수단으로 다스리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땅 이방인'에서도 느꼈지만 하인라인이 바라보는 인류의 지향점과 내가 바라보는 지향점이 많이 닮아있다고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