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행 2020. 8. 31. 16:30

그날도 만나자마자 지하철역 바로 뒷길 단골모텔로 들어갔다.
천장에 거울이 있어 함께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곳이었다.

"어젠 뭐했어?" 
"어젠 XX 만났어" 

XX은 그녀의 전 애인이었고 그날 만날것이라는 것은  전에 이야기했기때문에 알고있었다. 

"저녁내내 연락이 안되던데?" 
"같이 잤어" 

"그럴꺼라 생각했었어" 
"그래서 좋았어?" 
"익숙하니깐..... 그냥 그랬어" 

더이상 묻지않았다. 

전 애인과의 관계에 대해 솔찍하게 이야기해주었던 그녀였고 그 또한 그가 처한 상황과 여자관계에 대해 솔찍했던 만큼  쉽게 인정할 수 있었다. 

그래도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그였고  그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던 그녀이기에 조금은 그의 감정이 흔들린다.

그는 그 곳 모텔 천장과 침대맡에 놓인 거울을 좋아했다. 
때론 거울을 마주보며 서로의 애무를 즐기기도 했지만 그날은 다른날보다 격하게 움직인다. 

"아얏~ 아파~" 

깨물듯이 젖꼭지가 물어지고 이빨에 힘이들어갈만큼 피어나는 작은 질투심이 느껴진다. 

그것이 그날의 만남에 대해 그가 느낀 질투에 대한 유일한 응징이었다. 

"또 만날꺼야?" 
"거절할 수가 없어" 
"나 좀 질투나는데?" 

그가 다시 질투가 스물거림을 느끼며 웃으며 말한다. 
그들은 서로의 과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문제로 서로가 애정을 표현하는데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고  자신을 표현하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그녀의 옛 애인은 그녀가 치마를 펄럭이며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며 그를 쇼파에 앉혀놓고 펄럭이는 빨간 긴치마를 너울거리며  침대위에서 빙글거리며 돌던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었다. 

각자의 옛애인과  정리되었다곤 해도 서로 옛애인을 만나면 섹스를 나누는 사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다. 
두사람 모두 지나간 인연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며 지내는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애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고.... 

각자가 지내온 시간들을 존중해주고자 노력했다. 

두사람은 첫만남에서부터 잘 통했었다. 

어느 겨울 그녀가 일하는 곳을 거쳐 갈 수 밖에 없던 동생의 군대면회를 다녀오게 되었고 그녀를 보고싶다고 말하며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폭설에 첫 약속장소에 세시간이나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밖에 없었고 무선 통신 수단은 삐삐라고 부르는 단방향 통신 밖에없던 시절 그녀는 내리는 눈때문일거라 생각했다며 아무 연락도 없던 그 세시간을 혼자 책을 읽으며 커피숍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이후, 둘은 사귀는 사이가 되었고
그녀는 그녀의 친구들에게 
그는 그의 친구들에게 
서로가 사랑에 빠졌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고
실제로도 좀더 그사실을 알리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그렇게 금방헤어졌다는 것을 상상할수 없을 만큼 행복해하며 서로의 존재를 기뻐하고 자랑하며 다녔다. 
상대를 느끼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섹스를 할때도 아직 어리다는 말이 어울리던 시절이라 특별히 복잡한 기교따윈 관심도 없었지만 서로에 대해 익숙해지는 법을 알고 있었고 익숙해져가는 것을 즐겼다. 

섹스를 즐길줄 알았고 상대가 가지고있는 또다른 애정을 인정할줄 알았고 때론 집착에 대해 공감할수있었다. 
누가 어떤 집착을 가지는지 이야기하며 서로를 위해 그 집착을 털어낼줄 알았다. 
그렇게 그들은 익숙해져가며 서로의 존재를 기억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별은 그날의 질투와 전혀 상관없이 예기치 못한곳에서 찾아왔으며 그는 2년 넘게 멈추었던 담배를 다시 손에 들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에게 영원히 질투할 수 없는 존재로 기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