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약속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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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분명 맛살을 넣은 김밥에 도전하겠다고 내일은 꼭 맛살을 넣어달라던 딸래미는
오늘 맛살이 들어간 김밥을 보더니 자신은 그런말을 한적이 없다고
빼달라고 화를 낸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동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아이는 맛살을 빼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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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아이같은 사람이 있다.
기존의 약속이나 말보다는 현재의 감정과 상태가 중요한 사람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일 수록 과거에 대한 기억력이 약하다.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이나 만들었던 얕은 신뢰는 가볍게 무시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변덕(?)은 여성스러움이고 애교일 뿐이라서
남자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다행이도 아내는 변덕스러운 면이 별로 없지만
딸내미는 꽤나 변덕을 부린다.
한동안 변덕스러운 여자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나였기에
잦은 변덕이 익숙하지 않아 때론 진심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고 화를 꾹꾹 눌러야 할때가 많다.
아이라서 그런지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것은 다행인데
위의 김밥사건처럼 정말 기억을 못하는지 헛갈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실 이 문제는 딱히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도 조석으로 감정과 생각이 변하는 존재이기때문에
인간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
다만 기억과 약속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보다는 약속했던 내용을 더 우선시 하는 것일 뿐이다.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