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한 소> 다이애나 로저스, 롭 울프 저, 더난출판사

채식의 불편한 진실과 육식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기존에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있던 상식으로 알고 있던 내용들에 대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채식이 건강한 식단이고 육식은 지구의 자연환경을 위협하며 건강에도 좋지 않다라고 알려진(주장하는) 사실들에 대해 그것은 잘못알려진 사실이고 신화에 가까운 믿음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책의 서두에 독자를 위한 간단한 지침을 따로 두어 방대한 책의 내용이 벅찬 독자들을 위해 논쟁이 되고 의문점이 되어있던 주제들에 대해 자신들이 밝혀낸 사실들이 무엇인지 간결하게 정리해서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사실 글 자체만 보면 많은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보니 중간중간 내용의 진위를 떠나 글을 읽어 나가는 자체가 쉽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책 말미의 참고문헌을 포함해서 중간중간 많은 인포그래픽을 사용해 저자들이 이미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자신들의 주장에 대한 정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사실 주말 조그마한 텃밭만 가꿔봐도 이랑을 만들어 한줄로 농작물을 재배하면서 사용하는 화학비료나 농약이 가져다주는 환경적 영향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대량 농업은 그 자체로 또다른 환경적 영향을 가지는 거대한 산업이라는 것은 대량 축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육식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그리고 지금의 인류가 살아가는 과정에서도 대체하기 힘든 중요한 영양원이고 오히려 단백질 섭취과정을 고려한다면 소와 같은 되새김 동물이 주는 목초를 단백질로 변환하는 과정은 대량 작물 재배보다 환경적으로도 유리하며 적색육에 의한 영향섭취가 탄소배출을 급격히 늘리거나 땅을 더 많이 차지하는 것은 아니며 윤리적으로 뒤쳐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

최근 읽었던 <가축이야기>라는 책에서 면화농업으로 아랄해가 사라진 상황을 소개하는 내용을 봤을때 이책의 내용이 중첩되어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육식이 채식에 뒤쳐지는 것이 아니며 영양적인 면에서도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에 모순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지만 채식자체에 비판적이라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알레르기나 여러가지 이유로 채식을 할 수 밖에 없거나 채식이라는 선택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주장은 하지 않지만 육식이 받아온 공격에 대해 나름 적극적인 방어를 넘어서 강한 긍정의 어조로 말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채식에 대한 선택을 존중하지만 더이상 육식에 대한 공격은 두고보지 않겠다는 자세라고 할까?

저자들은 건강을 위한 식단과 친환경적인 농업이나 축산에 대한 제안도 잊지 않고 있지만 축산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은 미국상황을 기준으로 설명하다보니 사실 우리나라의 환경과는 좀 다르게 느껴진다. 특히 목초지에 방목하다 사료를 먹이는 기간이나 축산농업에 대한 국내의 상황은 저자들이 설명한 미국이나 호주 같이 목초지를 기반으로 한 대량 축산 환경과는 많이 달라서 여기의 주장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긴 어렵겠지만 반대로 건강한 축산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지표로 활용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거의 타당성을 떠나서 저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공감할 부분이 많았고 나 자신이 채식에 대한 우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던 근거들에 대해 어느정도 보충해주는 책이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육식을 포기할 수 없지만 주변에 채식주의자들에게 둘러쌓여있다면 일단 이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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