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의 도시> 이규, 샘터

책은 도면 읽는 법부터 시작한다. 배치도는 무엇인지, 평면도는 무엇을 표시하고 싶은 것인지, 입면도와 단면도까지 건축 설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도면들이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간단히 설명하고 있다.

도면을 보는게 아니라 읽는 방법이다. 우리에겐 낯설지만 도면은 분명 건설을 하는 사람에게 건축가의 의도를 전달하기 위한 소통의 도구이며 또 하나의 언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카카오 브런치를 통해 인기를 얻어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하는데 건축가로서 출장이나 여행지에서 만난 또는 건축물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여행을 떠난 이야기들을 묶어냈다.

책에는 일본, 중국, 미국, 브라질, 프랑스 5개국에서 만난 건축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지만 원래 브런치에 소개했던 국가는 일본,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였는데 책을 내면서 국가를 조정했다고 한다.

가벼운 에세이지만 사실 잘 모르는 건축가 이름도 자주 나오고 건축가에게 특별해보이는 건축물이 모두 나에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모든 관료들이 한번 씩 들린다는 브라질의 '쿠리치바'라는 도시가 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느끼게 되었고 9.11 테러로 인해 무너진 자리를 추모의 공간으로 꾸민 뉴욕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장소를 지나가면서도 미처 느끼지 못했던 사실들을 새롭게 알려주었다.

일본의 미무미우라는 건물과 오래된 소바집이 가지는 연관성은 오래된 도시가 발전해 나가며 새롭게 들어오는 건축물의 조화로움에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중국편을 다루며 건축물의 동일한 건축가가 설계했던 동대문 DDP에 대한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비교되고 저자의 아쉬움이 그대로 전달된다.

건축학과는 공대내의 예술학부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떠한 공학이라도 실용적이고 미학적인 부분이 더해져야 더 빛나는 것은 이젠 자동차 디자인같은 눈이 보이는 영역만이 아니라 스티브 잡스로 대변되는 IT와 첨단 기술에 있어서도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 사랑받기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런 공학적 시도의 시작이 바로 건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건축학과가 공대에 있는 이유가 수학을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고 건축학도가 꼭 그림을 잘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저자 자신부터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한 것을 보면 필요조건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충분조건이라고만 하기엔 재능과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영역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행을 따라가 보니 내일 아침 출근길의 건축물들은 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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