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 인 캐미스트리(Lessons in Chemistry)> 보니 가머스, 다산책방
이 소설은 블렉코미디다. 아니 판타지 였을까? 결국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지만 어쩌면 유쾌한 콩트였을지도 모른다. 1,2편으로 되어있는 장편소설이지만 짧은 콩트 한편 읽는 기분이 들 만큼 속도감있게 읽힌다.
매 챕터마다 완결성을 가진 콩트들로 매 순간보여주는 강렬한 위트와 풍자는 웃음보다는 폐를 압박하는 헐떡임이 느껴진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 조트는 화학자이다. 학부는 독학으로 마치고 석사학위를 딴 다음 박사과정에 올라갔지만 지도교수에게 강간당하고 박사과정에서 쫒겨났다. 강간당하는 순간 휘두른 연필을 지도교수의 뱃살깊이 꼽아넣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결국 석사학위만 들고 많은 연구소에서 거절 당한 끝에 형편없는 대우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화학연구자로 입사하게 된다.
연구보조원이나 커피심부름꾼 정도의 취급을 받는 처지였지만 자신의 연구를 개척해나가며 영혼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캘빈 에번스'라는 연구자를 만나 사랑을하게 되지만 '캘빈 에번스' 짧은 사랑의 결실만 남기고 비운의 죽음을 맞게 되고 엘리자베스 조트는 연구소에서 쫒겨나게 된다.
엘리자베스 조트는 실망하지 않고 아이를 낳을 때까지 집 부엌을 개조해 연구하고 '캘빈 에번스'와 함께하는 동안 배운 조정연습을 이어가며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얼마 후 아이가 태어나자 생활고에 지쳐가던 엘리자베스 조트는 다시 연구소에 연구보조원으로 들어가지만 자신의 연구성과만 빼앗기고 만다. 결국 다시 연구소를 나온 엘리자베스 조트는 먹고 살기위해 우연히 맡게된 저녁 6시 요리프로그램의 진행자가 되어 전국적인 스타가 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조트에게 그 요리 프로그램은 자신의 화학수업이었고 자신이 화학자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과정이었다.
스토리를 모두 줄줄 읊어주고 싶게 만드는 이 소설은 여성이 사회에서 어떠한 역활도 쉽게 차지 할 수 없었던 1960년대의 미국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우화였다. 이미 우리는 뛰어난 여성이라도 나사의 우주인이 될 수 없었고 그저 계산기 취급받았던 사실들을 잘 알고 있던 바로 그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온갖 이유로 여성의 차별을 당연시하고 여성이 과학자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 성적 당위처럼 여겨지던 시절 강간도 합리화되고 남성에게 잘보이지 않으면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던 그런 시절에 대한 회고이자 지금 시대에 대해 시절을 잊지 말라는 경고처럼 느껴졌다.
엘리자베스 조트는 인종, 성별, 학력에 대한 편견들 때문에 진정한 과학의 발전이 더뎌지고 있다고 진짜 인류를 위한 공헌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모든 역경을 극복하고 맞이하는 결말에 대해 많은 서로 다른 의견들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출생의 비밀이었든 동화나 판타지스러움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그것은 그 시대가 가지는 한계였고 그래서 가질 수 밖에 없는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읽었던 소공자나 소공녀에서 맞이했던 결말이나 최근 영화나 뮤지컬로 소개되는 올리버 트위스트나 애니와 같은 작품들도 결코 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느껴진다.
실제 조정을 취미로 하고 있는 65세 저자가 쓴 첫 소설이라는 점은 통쾌함에 따라오는 묘한 연대감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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