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단편 수상작품집> 지다정, 최홍준, 김지나, 이건해, 이하서, 북다(교보문고)

* 출판사 협찬도서를 받아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벌써 12회가 되었네 교보문고가 스토리대상이라는 이름의 공모전을 개최했을때 느낌은 이야기가 컨텐츠가 되는 세상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었고 그래서인지 스토리대상의 수상 작품들이 가지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12회 수상작품집에 선정된 작품들도 하나같이 이야기 자체가 가지는 힘이 좋은 작품들이었다.

전반적으로 그로테스크하다고 해야할지? 고어하다고 해야할지? 90년대말의 세기말적 분위기처럼 우리가 지구별에서 힘겹게 살아고 있구나 싶은 느낌이었다.

다섯 작품 모두 재미있고 독창적인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서 무엇하나 우열을 가릴만한 능력은 없지만 하나하나 뜯어보면 "돈까스 망치 동충하초"가 주는 그로테스크함과 미묘한 강남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풍자는 동충하초라는 버섯류에 대해 감탄하게 되면서도 주인공이 겪는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었다.

"노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우리가 겪을 미래상을 좀비라는 이질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존재로 표현했다는 점과 야생좀비구역에서 벌어진 대화의 끝에서 머물게 된 종이쪼가리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청소의 신"은 다른 작품들에 대해 상대적으로 종잡을 수 없었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종수라는 인물과 화자 사이에서 오는 미묘함은 호주라는 이국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자본주의적 권력 관계가 코로나를 거치면서 종말을 맞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장어는 어디로 가고 어디서 오는가"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장어 특히 뱀장어는 담수에서 성장하지만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데 그중에서도 수온과 염분이 높은 심해로 가서 산란을 한 뒤 죽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이야기는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 심해가 환경변화로 점점 깊어져서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마리나 해구까지 내려가 산란하는 장어의 산란장면을 담고 싶어하는 일군의 탐험가들이 겪는 신비한 경험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이런 단순한 표현보다 복잡하고 인간의 그리움에 심연을 해구 깊은 곳에서 잘 찾아낸 것 같았다.

"톡"은 온 인류가 물에 잠긴 지구에서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이야기로 수중류라는 새로운 변종 인류가 떠도는 바닷속 잠수함에서 벌어지는 가장 슬프면서도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이미 대다수가 창작자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수상한 것이라고 해도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 좋은 작가들이 많다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작품집이었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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