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관계를 조종하는가> 글렙 치퍼스키, 스몰빅라이프

저자가 겪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인간이 가지는 정확히는 인간의 뇌가 가지는 편향이 어떻게 발현되고 그것이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지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인지신경과학자로서 인간은 편향에 쉽게 빠지는 존재이며 그것이 과거 사바나 초원에서 살아갈때 필요했던 기능들이었지만 자연을 벗어나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겐 인간관계의 독으로 작용할 때가 많다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은 동물적인 직감을 가지고 있다. 말 그대로 동물적인 직감일 뿐이고 그것이 논리적이거나 상황에 대한 객관적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원시 사회뿐 아닌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긴급한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현실에선 운동 선수와 같은 특정 직업군을 빼면 인간관계에서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능력이고 오히려 많은 편향과 편견을 생산하는 능력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에 오류를 주는 것이 인지편향이고 우리는 전략적으로 이런 편향들을 극복할 수 있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 12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1. 자신의 인지편향 확인하기
2. 판단을 유보하고 늦게 반응하기
3. 확률적으로 사고하기
4. 미래에 대해 예측하기
5. 대안적 설명 탐색하기
6. 과거의 경험 참조하기
7. 미래를 반영한 대안적 시나리오 만들기
8.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9. 외부 관점 수용하기
10. 미래를 위한 행동 방침 설정하기
11. 사전에 조치하기
12. 마음챙김 명상하기

12번째에 명상하기가 있다는 사실에 놀라면서도 그동안 내가 배우고 생활화 했던 방법들도 많이 소개되어 있어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아이와의 관계에서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방법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종적 편견이나 상황에 대한 과장된 해석을 하게 되는 귀인 오류,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자기중심적 편향, 권위나 외모 또는 과거의 인식에 기대어 판단하는 후광효과, 자신이 아는 지식에 매몰되는 지식의 저주, 타인에 대한 공감 자체가 쉽지 않아서 발생하는 공감 간극, 사건을 타자화하며 바라보게 만드는 방관자 효과, 자신이 추진하는 일에 대해 낙관적인 부분만을 보려고하는 낙관편향과 반대로 비관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비관편향, 감정적 저항을 불러오는 리액턴스와 권위에 매몰되는 권위편향까지 내가 빼먹었을지 모를 무수한 편향에 익숙한 체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편향에 빠졌는지 매순간 계속 되돌아 봐야하며 타인의 동의 없는 배려나 나와 동일시 하는 것과 같은 일방적인 소통보다는 명확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는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를 알면 열을 착각하다는 말이나 인간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는 사실은 인간들 스스로가 얼마나 자기합리화에 익숙한 지 역설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런 사실들에 대해 매 장마다 누구에게나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이지만 저자의 가까운 지인들의 사례로 실감나게 표현하며 관계가 어긋나는 상황과 그 주인공들의 내면을 살며시 들여다보게 해 준다.

모든 사례가 다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있었지만 금지된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장에서 다룬 비혼주의였던 제프의 사례는 마치 나의 사례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였고 컵받침, 설겆이, 양말 문제로 결혼 7개월만에 이혼 위기를 맞은 재스민과 타이론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형인 우리집의 모습이자 눈물나게 웃기면서도 슬픈 사례였다.

이 책의 내용이 아주 새롭거나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들과 다른 점이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편안히 책장을 넘기며 공감할 수 있는 대목들이 많아 주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특히 논쟁하지 말고 설득을 보다는 EGRIP에 집중하면 상대방과 다가서며 나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대목은 깊이 새겨야할 내용이었다. EGRIP는 감정(emotion), 목표(goals), 친밀함(rapport), 정보(information), 긍정ㅈ거 재강화(positive reinforcement)의 접근법을 말하는데 이것은 풀어서 이야기하면 논쟁적인 주제가 발생했을때 첫번째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고 두번째 목표를 공유하며 세번째 친밀함을 높여가면서 네 번째 내가 전달하고 싶은 정보를 주고 마지막 다섯 번째에 가서 긍정적 재강화를 하라고 말한다. 이것은 비폭력대화법과도 관련이 많은 내용이라 쉽게 이해가 되었고 감정이 앞서는 현실에서 우리가 자주 놓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생각날때마다 다시 들춰봐야 할 책이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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