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원자력> 어근선, 엠아이디미디어

원자력은 여러가지 형태로 우리주변에서 활용되고 있고 오랜 연구의 결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설비는 물론이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각인된 기술이기도 하다.

원자력에 대한 최근 생각들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원자력과 방사능/방사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해 막연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소위 원피아 또는 핵피아라고 불리는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출신 원자력공학 박사이자 한국형원전 원자로 핵심분야 설계자로 한국의 원자력 발전을 이끌고 지켜봤던 실무자 입장에서 사람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구하는 책이자 우리나라의 원자력 분야의 성과와 미래를 설명하는 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전력의 30%정도를 원자력 발전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는 세계에서 13번째의 의존도라고 하니 생각보다 높지 않은 것에 놀라고 우리보다 더 많은 의존도로 원자력발전을 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같은 유럽 국가들과 구 소비에트 연방의 국가들이 대부분이라 사실상 동유럽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이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높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특히 세계1위인 프랑스의 경우 의존도가 70%에 이른다.

전기발전은 수요에 따른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기저발전과 간헐발전으로 나뉘게 되는데 기저발전은 원자력과 화력 같이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한 형태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수력이나 재생에너지들은 간헐발전이라고 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원자력에너지가 발전한 역사부터 살펴본다. X선으로 알고있는 뢴트겐선부터 마리퀴리에 의해 발견된 라듐에 대한 이야기들과 상대성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핵폭탄 개발 계획과 실행 그리고 그 후 이루어진 원자력 발전까지 과학적인 성과들을 연대기적으로 보여주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운용중인 원자력 발전소의 시작과 현황까지 별도로 간략한 역사를 소개한다.

두번째 장에서는 원자력 발전이후 인류에게 큰 영향을 줬던 3가지 원전사고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고의 형태와 사후조치 및 영향들을 각각의 사건별로 분석해서 보여주고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는 상대적으로 가까운 시간이라 우리에게 잘 알려져있지만 1979년 미국에서 발생한 TMI-2사고는 얼핏 들었던 기억밖에 없었는데 자세한 사고 내용을 다시 알게 되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도 사실 원전사고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지 어떤 과정을 사고가 발생하고 확산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상세한 내용을 잘 알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폐기장 건설에 대한 갈등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원전 폐기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던 시기가 있었지만 탄소제로 정책이 각광받으며 오히려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고 보여진다.

현실적으로 탄소제로를 유지하며 기저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에너지원은 원자력밖에 없기 때문인데 결국 유럽연합에서는 탄소제로를 위한 에너지원으로 원자력 발전을 포함시켰고 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원자력발전 폐기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게 해주었다.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이 가지는 부작용도 많이 알려지면서 원자력발전이 정말 안전한지 다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선택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은 무조건 원자력이 안전하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지금의 원자력 발전 기술이 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것에 집중했다고 보면 될 것 같고 일부는 설득력을 얻었고 일부는 조금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책의 맺음말에 "원자력발전소 근무자들은 지진이 나면 가족을 어디로 대피시킬까?"라는 질문의 답이 "원자력발전소"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 사실이라 믿고 싶고 그런 믿음에 기반해 새롭게 원자력기술을 바라보고 싶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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