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 전사, 마법사, 연인> 로버트 무어, 더글러스 질레트, 파람북
"우리는 우리가 혐오하는 것이 된다."
어른이 되지 못한 남성들을 위한 심리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왕, 전사, 마법사, 연인 이라는 이 책의 제목은 남성의 심리는 왕, 전사, 마법사, 연인 네가지 원형으로 탐구하려는 심리학 책이다.
책에서 표현하는 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지만 왕은 책임감과 지배심, 전사는 승리에 대한 욕망과 근육에 대한 갈망, 마법사는 미지에 대한 갈망과 신비주의, 독점욕, 연인은 예술성과 헌신과 같은 마음가짐을 말하고 있다.
왕은 다르게 표현하면 가부장의 원형에 가깝게 느껴지며 전사는 다른 말로 사냥꾼으로써 남성을 정의하는 것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마법사의 원형은 신비주의 보다는 현명함등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전형적인 직업적 도제시스템을 모델로 만들어진 원형같이 보인다. 그리고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을 가지는 충실한 가부장으로서 연인으로 남성을 완성시킨다.
이 네가지 원형은 원형 하나하나에 대한 분석보다는 전반적인 심리분석에서 분석을 용이하게 하기위한 심리적 분석기법으로 활용된다고 봐야한다. 반대로 남성이기때문에 왕, 전사, 마법사, 연인의 모습을 가진다고 볼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어찌되었든 남성에 대한 심리적 원형들을 네가지 원형으로 분류하여 분석하는 것은 그 네가지 원형이 남성에게 강하게 나타난다고 본 것이고 네가지 원형이 상호 조화롭게 표현되고 자신의 원형을 인정하고 안정화 시켰을때 성인인 남성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서두에 현대 남성들이 가지는 심리 문제의 기저에 단절된 문화가 된 성인식 부재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성은 성인식을 통해 미성숙한 남성을 죽이고 새로운 남성(정상적인 남성)으로 탈바꿈해야함에도 그런 심리적 장치와 남성으로써의 자각이 부족한 상황이 현대 남성들에게 많은 심리적 불안감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결국 이 책은 남성성의 강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네가지 원형이 맞는지 틀리는지 정말 성인식과 괕은 심리적 과정이 필요한 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있는지 이 책으로 모두 보여주진 못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페미니즘에 대한 남성들의 백래시가 남성성의 부재에서 온다고 보고 있어 이 책의 내용에 많이 공감이 되었다.
그나저나 책내용과 상관없이 문득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칼 융 학파들은 신화적 인용과 고전적 표현을 즐기는 학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아마도 그런 점이 칼융을 따르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남성성의 강화는 결코 여성주의의 반댓말이 아니며 남성성과 여성성은 서로 강화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 책이 말하는 남성의 원형에서 왕과 연인으로서의 원형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게 느껴진다. 물론 남성들 스스로 마법사의 원형으로 내려오던 전통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왕, 전사, 마법사 모두 해석하기에 따라 가부장적이고 남근중심적인 남성의 모습을 옹호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책에선 많은 경계들을 보여준다.
전사에 대한 설명중에서 첫문장이 언급되며 싸워 이기기위해 닮아가는 것들에 대한 우려를 말한다. 68세대를 이끌었던 평화주의자들이 사실은 가부장적이었다는 이야기가 언급되는데 문득 우리나라의 X86세대 운동권의 모습과 겹쳐보였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강한 남성성을 보여주는 것이 운동의 한 형태였다고 느껴진다. 그 시절 싸우기 위해 강해야 했던 모습들 전사가 되어야만 했던 그런 습성이 최근 어느 도지사나 양대 광역시장을 끌어내리고 운동권 출신들에 대해 색안경을 끼게 만든 결과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이 책에선 남성성의 회복과 백래시는 구분되야 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싸운다면 이기는 것이 중요하지만 과연 이겨야할 대상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이길 것인지 깊게 고민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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