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전 시집 - 건축무한 육면각체> 이상, 스타북스

이상의 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있었던가? 문득 되새겨 보니 기억나는 시가 없었다. 아마도 읽어도 기억할 수 없었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일 것 같다.

이번 시집을 받아들고 호기롭게 읽어보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다. 시나 음악이나 그림을 볼 때 딱히 어떤 감상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다가오는 그대로 느끼는 것을 즐기는 편이지만 이것은 너무도 난해하다.

일단 언어적인 한계를 느꼈다. 그 당시에도 어려운 한자들이었다고 하니 지금처럼 한자가 일상에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그 뜻이 쉽게 다가오긴 어려울 것 같다.

고교시절 멋모르고 문학동인회 활동을 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쓸때는 어려운 말을 많이 쓰면 멋있게 보였다는 기억이 있고 한동안 나에게는 남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어려운 단어를 말속에 담아내는 버릇이 남아있었다.

이상의 한자는 그런 차원이 아니었다. 시 속에 등장하는 무수한 단어들 중에는 노어나 불어나 영어도 있었고 내가 모르는 많은 인물들도 등장하고 있어 이상의 독서량이나 학습량이 무한대가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는 천재였다.

불운한 천재였는지는 모르겠다. 폐병이 심하긴 했지만 자신의 삶을 즐길줄 아는 사람으로 보였고 책 속에 담긴 "날개"라는 단편소설이 그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있지만 그것이 꼭 우울함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날개"의 이 마지막 구절에서 '한 번만 더' 라는 말이 맺힌다.
그는 언제 어떻게 날았던 것일까?
다시 어디로 날아가고 싶었던 것일까?

책 속에는 이상의 시만이 아니라 단편소설과 수필도 함께 있어 이상 작품집이라 불러도 좋을 구성이었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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