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펀홈


펀홈 말그대로하면 즐거운집이지만 실제론 그리 즐거운 모습은 아니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를 아버지로 둔 남자가 되고 싶었던 여자의 이야기이다.


원래 펀홈(Fun Home)은 작품 속에서 '장례식장(Funeral Home)'의 약자이지만 화자의 집안을 역설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중의적인 의미로 사용했다고 느껴졌다.


작품 속 주인공은 어려서 부치(butch)라고 불리는 남자같은 여자아이였고 넬리(nelly)라고 불리는 여자같은 남자였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났다.


대학에 와서 어느날 자기의 정체성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사실을 부모님에게 알린 얼마 후 부모님은 이혼을 하고 아버지는 자살이 의심되는 죽음을 맞이한다.


아버지의 죽음이 왠지 자신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생각하는 주인공은 어린시절부터 쌓아온 아버지와의 추억을 회고하게 되는데...


결혼을 해 자기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게이 아버지와 성장해서 레즈비언으로 살아가는 딸의 이야기지만 가업을 이어받아 장례식장을 운영하면서 고등학교 영어선생님으로 살아가던 아버지의 모습은 여러가지면에서 그로테스크 하면서도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남편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던 엄마는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포기한 체 연극과 공부에 매달리며 살아가다가 딸의 레즈비언 선언과 함께 이혼을 하게 되며 아버지는 딸의 그런 모습이 자신의 영향은 아닌지 고민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구성만 보면 단순해 보이거나 진부할 수도 있지만 영문학을 전공하고 고등학교 영문학 선생님인 아버지와 그의 재능을 물려받은 딸 답게 작품 내내 율리시스나 고전 영시와 같은 다양한 영문학 고전들이 인용되며 자신의 모습을 고전에서 나오는 장면과 비유하는 장면들이 나오며 작품의 품격을 높여준다.


작품 속에서 가족 여행으로 들린 뉴욕거리의 모습또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스톤월 폭동이라고 불리는 게이 폭동이 일어나 지금은 게이들의 성지가 된 그리니치 빌리지가 부모님의 젊어서 추억의 장소였던 점이나 그 인근에 숙소를 잡고 밤늦게 들어오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의 정체성에 대해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침일찍 사라진 남동생으로 인해 당황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자신의 경험이 투영된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미국에서도 레즈비언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그래픽노블이라고 평가받는 <펀홈>은 작가인 엘리슨 벡델의 자전적 이야기로 발표 당시에 커다란 화제를 모으며 여러 상을 수상하였고 이 작품을 토대로 2013년에는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올려지게 된다.

오프브로드웨이에서 호평을 받아 2015년 브로드웨이로 진출하여 그 해 토니상과 여러 다른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는 뮤지컬로 성장하게 되어 2018년 올해는 영국으로 까지 진출하게 됬다고 한다.

(위키피디아 참조)


작품 속 마지막 장면에서 성정체성으로 대화하는 아버지와 딸의 모습은 조금은 어색하면서도 자신을 솔찍하게 들어내는 대화였기에 부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들어내기 어려웠던 시대를 살아가던 아버지와 자신의 성정체성을 들어내며 살아가는 딸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준다.

언제나 부모와 자식 간의 대화는 어렵다.


기회가 되면 뮤지컬로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었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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