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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 이방인 (Stranger in a Strange Land), 1961>
난 화성인이었다.
낯선땅에서 온 이방인
"그가 아들을 낳자 모세가 그의 이름을 게르솜이라 칭하며 이르되, 내가 낯선 땅에서 이방인이 되었다 하더라" (출애굽기 2장 22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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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화성에서 나고 자란 지구인의 지구 정착기이다.
인류 최초 화성 탐사대로 파견된 부모를 둔 밸런타인 마이클 스미스는 3차세계대전으로 지구가 혼란해지는 바람에 화성에서 화성인의 손에 의해 홀로 성장하게 되어 새롭게 파견된 탐사대에 의해 발견되어 다시 지구로 돌아올때 그는 20살의 성인이지만 지구에 대한 모든 것이 낯설다.
초반은 역동적이다. 화성 탐사대는 네쌍의 부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마이크는 부부가 아닌 관계에서 태어난 사생아로 생물학적 어머니는 출산 도중 사망하고 법적인 아버지는 마이크의 출산을 확인한 후 생물학적 아버지인 탐험대장을 매스로 살해하고 자신의 목을 그어 자살한다.
뭔가 복잡한 듯 미묘한 탄생인데 그 결과로 법적인 부모와 생물학적 부모 모두의 상속권을 가지게 된 마이크는 지구 절반을 살수 있을 만큼의 막대한 부자가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화성에 최초로 정착한 지구인이라는 권리 또한 부여받게 되어있었다.
이런 인물은 지구 연방에게 위협이 된다라고 판단한 권력자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게 되고 그 사실을 감지한 언론인과 우연하게 물형제가 된 언론인의 친구이자 병동 간호사인 질의 도움으로 수용되어있던 병원을 탈출해 쥬발허쇼라는 인물에게 자신을 위탁하게 된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만큼 아니 어쩌면 주인공보다 중요한 인물이 바로 '쥬발허쇼'다 나이가 들어 까탈스럽지만 연륜에서 오는 지략과 사회와 역사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시니컬한 시선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처럼 보인다.
어찌되었건 허쇼의 도움으로 지구 연합과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마이크는 화성인의 사고와 습성으로 인해 지구인이 가지지 못했던 초능력과 새로운 가치를 보여주며 자신이 지구인이라는 점을 각성해 가기 시작한다.
허쇼를 만나는 순간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지만 허쇼의 집인 둥지를 떠나 자신의 성장과 지구인 사회에 적응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거친 후에 종교학 학위를 취득해 새로운 종교를 창시하기에 이른다.
그가 창시한 이른바 온세상교회(Church of All Worlds)는 종교라는 이름을 쓴 화성의 가치에 대한 수련단체지만 당시에 유행하고 있던 포스터교와 대척점을 만들면서 공격받게 되고 마이크는 사람들에게 공격받아 순교자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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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우리에겐 스타쉽트루퍼스로 잘알려진 SF작가 하인리히의 장편으로 작가는 이 소설로 휴고상을 받았다.(총 다섯번 받았는데 그중 이 소설이 세번째라고 한다.)
벽돌급은 아니지만 나름 두께를 자랑하는 책으로 750여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정말 술술 읽어나갈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잘 썼다. 50줄에 접어든 1950년대 소설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감각적이고 말할 수 없는 정겨움이 느껴진다.
문명화된 화성인이 존재한다는 설정과 3차 세계대전도 지나 진짜 고기와 풀이 귀해진 그리고 하나의 연방정부가 전 지구를 다스린다는 설정은 뭔가 문명의 충돌보다는 암울한 지구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시작이었다.
음모와 모략의 중심이 된 주인공은 지구인의 삶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감각적이고 직관적으로 나쁨과 좋음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화성인의 방식으로 물을 통해 형제를 맺고 지구인의 방식으로 사랑을 체험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작가는 화성인의 방식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인의 가식과 질투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사랑하는 것에 있어 경계가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적 가치일 뿐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증명되어가고 있다. 아마도 사회주의의 몰락은 일부일처제를 유지했기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소설 속에서 마이크가 처음 관계를 맺게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언급하지 않는다. 사실 언급하지 않아도 유추가 가능하지만 딱히 중요한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그가 가져온 화성인의 삶의 방식은 무정부적이고도 극도의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삶으로 결혼이라는 방식을 유지하지만 섹스는 모두 함께 공유하며 섹스는 교감의 수단으로 자리한다. 돈이 필요없고 모두가 모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기다림이 채워질때까지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새로운 삶을 이야기한다.
죽음을 이탈이라고 부르고 죽음에 이른 자의 육신을 나누는 식인의 풍습은 기괴하지 않고 그 사람의 삶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느껴진다. 사실 인류에게도 식인의 풍습은 오랜동안 있어왔고 우리네 장례에서 제공되는 육개장처럼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으니 특별할 것은 없지만 그 정신을 다시 되새기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느껴졌다.
소설 속에서 온세계교회의 둥지가 운영되는 방식은 마치 히피들을 열광시켰던 어느 아스람의 공동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책이 히피문학의 시조이고 폴리아모리를 널리 알리는 주역이 된 것은 단지 그런 방식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그 정신을 이야기 한 것이라는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을 한계짓는 것은 우매한 일이고 본성에 반하는 일이다. 진정한 평화와 인류애를 위해 우리는 모두를 사랑해야 하고 모두를 신으로 존중해야 한다. '그대는신입니다' 나는 당신과 물을 나누어 형제가 될 것이고 당신을 공감할 것 입니다.
유일신 사회에서 태어난 그가 찾은 최고의 대안이었으리라 느껴진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내 주변을 모두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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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스미스가 사용하는 'grok'(공감하다)라는 말은 이젠 영어사전에 등재된 공식어가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 소설에서 마이크가 창시한 온세상의교회(Church of All Worlds)에 영감을 받은 실제 온세상교회가 만들어져 이 책속의 정신을 되새기며 전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자유와 본성과 감성에 대한 가치는 오히려 지금 시대의 과학에서 주장되고 있다. 마이크는 하인라인은 선지자이자 메시아였다.
다소 마초적 감성으로 읽혀질 부분들도 존재하지만 그 시대에선 충분히 앞선 생각들이었을 것이라고 느껴진다.
폴리아모리를 소개하는 책에서 미국의 폴리아모리스트들 중에서 이 책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소개를 보고 이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언제나 그렇지만 나보다 앞선 자의 생각이 나와 닮아있다는 것을 느낄때 전율을 느낀다.
이 소설의 특별함이자 위트 중에 하나는 포스터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포스터 교를 만든 '포스터'와 그를 독살해 후계자가 된 '딕비'는 실제론 천사였다는 설정으로 긴박한 사건들 속에서 뜬금없이 이들이 등장하는 장면들이 나오는데 마이크의 사후에 대한 복선으로 느껴졌고 실제로 마이크는 이들과 함께 일할 신입으로 등장하며 소설은 마무리된다.
소설 속에서도 살짝 언급되지만 마이클은 미카엘(Michael)의 영어이름으로 미카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에서 대천사장으로 '인류 가운데 가장 발전된 자들을 담당하고 있으며 카오스를 관장하는' 요한계시록에서 악(용)을 물리치며 미래를 여는 천사장으로 알려져 있다.
분량에 비해선 빠르고 쉽게 읽히는 책이었고 '쥬발허쇼'가 내뱁는 인류에 대한 통찰들은 흥미로우면서도 냉혹했다. 마이크가 자신이 지구인인지 증명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리내어 웃을 수 있는 자'라고 규정했던 그의 발언이 곱씹어 진다.
많은 장면들이 인상적이고 이야기꺼리가 정말 많은 책이지만 특히나 마이크와 첫 키스를 나눈 그녀의 말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그는 키스하는 그 순간 온전히 상대에게 집중해요 다른 잡념없이' 라는....
우리가 사랑하는 상대에게 온전히 집중할때 인류는 평화로워 질 것이다.
잡념없이 키스하는 순간을 기억한다.
나는 화성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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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온세계교회 사이트>
Church of All Worlds – CAW.ORG – Official Website of The Church of All Worlds, I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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