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후기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홍승은
- 폴리아모리 에세이

폴리아모리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듯이 대한민국에서 공개적으로 폴리아모리의 삶을 선택한 세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회자되고 있는 폴리아모리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감이 옅어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 다행스럽다고 생각된다.

저자인 홍승은 작가는 페미니스트로 알고 있고 책속에서도 등장하는 홍승희씨의 언니이자 춘천의 독립서점 두 자매가 세월호 사건이후 해왔던 활동들을 가끔씩 매체를 통해 접해왔었기때문에 익숙한 이름이긴 했지만 실제 그 분의 삶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가 이번책으로 접하게 되었다.

책은 제목과 부제에 적힌 그대로 폴리아모리로 살아가는 세명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체는 작가인 홍승은씨지만 책속에 우주와 지민이라는 한명의 이성애자와 또 한명의 정체성이 뚜렸하지 않은 사람으로 구성된 동거인(?)의 역할은 이 책이 존재하게 만드는 또다른 요소가 되었다.

폴리아모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사회부적응자를 넘어 관습의 테러리스트 정도로 취급받는 것이 일상인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폴리아모리 관계를 선언하는 것은 많은 부담이었을 것이고 그런 고충이 책속에 많이 묻어난다.

폴리아모리라는 어려운 외국의 용어를 빌리지 않아도 그런 관계들은 우리 사회 속에서 항상 존재해 왔다. 진화인류학이나 여러 과학적 사실에선 인간의 일부일처제가 더 모순되고 특이한(자연을 거스른) 제도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학습되고 관습화된 이성으로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것은 이러한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무엇인가 기존의 틀을 깨고 나를 들어내는 것은 많은 저항과 고통을 수반하게 된다. 그런면에서 이들이 전사가 아닐지라도 도전적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존의 가치나 관습에 타협하지 못하고 자신이 믿는 가치를 지켜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살아감에도 법외에서 살아가는 것 같은 고독함을 느끼게하는 것은 사회적 정의보다 무서운 관습적 정의에 대한 도전이다.

사랑이 사회속에서 거래되지 않고 그 자체로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아무런 제약이 없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들의 사랑이 오랜동안 이어지며 안정된 삶을 구축하길 희망해본다.

책 속의 내용은 에세이라서 솔직하고 가감없는 이야기 모두가 좋았지만 마지막에 세 사람이 모두 등장해 늦은 저녁을 함께보내며 엮은 인터뷰에 대한 내용이 작가인 홍승은씨의 생각 외에 우주와 지민의 생각도 조금씩은 옅볼 수 있는 구절이었던 것 같아서 특히 좋았다.

책속의 지민씨가 한동대 페미니즘 강연 사건의 당사자라는 사실에 그리고 그 이후 그가 겪었던 고충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우리 사회의 유연성은 이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우리가 분단과 독재라는 특수성때문에 68세대의 정신을 수혜받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쉽다고 한다. 늦으면 늦은대로 그때부터 시작하면 된다. 우리의 68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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