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61년> 이인화, 스토리프렌즈

오랜만에 접해보는 소설이다. 소설을 잘 안읽기도 하고 역사를 다루는 소설이 가지는 오류를 참아내기 힘들어 역사소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제목과 소개글이 끌려 읽게 되었다.

이인화라는 작가가 <영원한 제국>과 같은 조선시대를 다루는 소설을 주로 쓰는 통속소설작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지난 정권에서 최순실과 관련해 딸 최유라의 성적조작 혐의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파면된 교수 류철균이 이인화 작가였다.

스토리텔링을 강의하며 관련책을 많이 출간한것 같고 <영원한 제국>외에도 역사적 사실에 빗대어 그려내는 팩션류의 소설을 주로 출간했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아마도 이번 소설을 출간한 것은 그간의 칩거에 대한 결과물로 보였다. 출간된 출판사도 개인출판사인걸로 보인다.

이 소설 2061년은 제목과 달리 1896년 조선의 제물포가 배경인 소설이다. 인공지능이 빅브라더가 되어 저작권을 기반으로 강한 자본력을 가지고 지배하는 미래사회에 한반도는 이미 사람이 살수없는 곳이 되어 있었고 한민족은 유대민족처럼 전세계에 흩어져 떠돌며 살아가고 있다.

한민족은 떠돌이가 되었지만 과학적 원리에 의해 만들어진 이도문자(한글)는 인공지능에게 최적화된 언어로 전세계의 중심언어가 되었고 인공지능이 권력을 가지는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그 시대에는 발달된 기술로 수백년 전 시대까지 인간의 의식을 전송해 탐사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되었다.

이 소설은 그런 미래에서 2061년 어느날 2020년 전세계를 강타했던 코로나19보다 강력한 신종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을 발견한 방역연합과 미합중국 그리고 이도문자로 인해 인공지능이 권력을 가진다고 믿고 이도문자 체계를 붕괴시키고자 하는 반체제 단체까지 등장하여 2061년을 강타할 바이러스의 원형과 이도문자의 창제원리를 알리는 문서인 '훈민정음해례본'을 둘러싸고 인천 제물포에서 1896년 2월 11일부터 12일 아침까지 하루가까운 시간동안 벌어지는 암투와 추리를 통한 사건해결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사라진 나라에서 살았던 한민족의 일족인 재익 심은 의사이자 역사학자로 과거로 의식을 전송해서 탐사하는 유능한 탐사자였지만 결국 의식이 붕괴되어 역사에 개입하면 안되다는 탐사법을 위반하게 되어 장기간 복역중에 미합중국 대통령인 인공지능에게 역사를 바꿀수있는 미션을 제안받고 다시 탐사를 떠나게 된다.

2061년에서 1896년 2월 제물포로 그곳에는 인공지능에 의해 주도되어 인류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또다른 국제기구인 국제방역연합의 탐사자와 에스오에스라는 이도문자의 저작권을 무력화해 인공지능이 가지는 지배권력을 무너뜨리고자 하는 탐사자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누구든 기술적인 한계로 탐사를 통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은 한 하루뿐이다. 소설 속에서 많은 역사적인물과 단체와 배경지식들이 두서없이 나열되고 있지만 이야기 전개는 흥미롭고 결말까지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소설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여진족인지 아닌지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여진족과 조선의 관계가 긴밀한 관계라고 보고 한글(소설 속 이도문자)을 여진족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내용들은 소설적인 상상력이 잘 가미된 부분이라고 보여졌다.

주인공이자 과거에 대한 연민을 가진 탐사자 '재익 심'은 왠지 기존의 자리에서 쫒겨나 고립된 듯이 살아간다고 토로한 작가의 현재 모습을 투영했다는 느낌이 드는 캐릭터였고 역사적인 인물들을 많이 모델로 사용하거나 실제 이름을 가져와서 구성했는데 박에스더를 모델로한 유에스더나 김옥균을 암살한 실존인물인 홍종우는 스토리의 중심축을 이어가는 중요한 인물로 배치되어 전반적으로 사실감을 살리는데 많은 기여를 시켰다.

얼마전에 본 포제서라는 영화처럼 최근 인공지능이 화두가 되어서 그런지 타인의 의식을 지배하거나 의식자체를 전기적으로 전송한다는 개념을 보면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 소설도 그런 개념들을 차용해 타임머신을 정신을 전기적으로 전송한다는 것으로 설정해 그 시대의 특정한 사람을 겨냥해 정신을 쏘아보낼 수 있다고 가정했다.

하루만에 결말까지 쭉 읽어갈 정도로 글의 몰입도도 좋고 전개에 필요한 긴장감의 완급이나 배경적인 소설적 장치에 대해 좋은 구성을 가진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만 뭔가 할말을 숨긴듯한 결말은 아쉬움이 들었다.

작가 개인의 과오를 떠나 글재주가 좋은 작가라는 사실은 충분히 알수있는 소설이었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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