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로 다시 읽는 세계사> 이동민, 갈매나무

가끔 우리나라 과학자가 쓴 책이 많지 않음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면서도 대중이 이해하기 편한 글이 필요하다고 느끼지만 그런 전문가를 만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저자는 지리학을 전공한 학자이자 교수로 지리를 중심으로 전쟁사와 지구사를 설명하는 유투버이기도 하다.

이 책은 기후라는 관점에서 세계 역사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역사의 변화에 기후가 어떤 영향을 미쳐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역사를 읽다가 보면 왕조 말기에 유독 기근과 자연재해가 심해지는 이야기를 만난다. 그럴 때 암군을 만나면 왕조는 반란과 외침에 시달려 멸망하는 게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이 때 그 왕조의 운명이 암군때문인지 기근과 자연재해로 인한 반란때문인지 선후나 경중을 따지긴 어렵겠지만 두가지가 맞물리고 거기에 외침까지 이어지면 그 왕조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보여진다.

인류는 빙하기에도 살아남은 포유류였지만 정착생활과 농업을 일구게 된 것은 빙하기가 끝난 기원전 6천년 경부터이며 그것은 지구가 따뜻해진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후에도 4대문명의 발상지가 왜 인류가 모여살게 되었는지 지리와 기후적인 측면에서 설명하고 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태동한 마야문명은 여러면에서 태동기는 비슷하지만 결국 당시 기후변화로 마야인들은 오랜시간 일구었던 터전을 버릴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 사분오열되어 거대 문명에서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된다.

책에서는 특히 중국 한나라와 서양의 로마제국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나라 말기 황건적이 득세하고 삼국의 전장으로 바뀌게 된 사연에도 거대한 고대 제국을 이루었던 로마제국이 급격하게 무너지게 된 것도 모두 기후와 연관지어 보면 갑작스럽게 찾아온 간빙기로 인한 인과관계가 일정정도 증명되었다고 보여진다.

책에서는 몽골이 이룩한 대 제국 정벌전쟁으로 인류가 상당수 사망하게 된 시점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0.1ppm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논란이 많은 연구라는 점을 밝히긴 했지만 현재 인류가 만들어낸 인위적인 기후변화의 근간에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자리하고 있음에 대한 경고처럼 보여졌다.

산업혁명이후 석탄과 석유를 기반으로하는 탄소에너지 사용은 지구 온난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으며 더불어 인류의 폭발적인 증가는 더 많은 에너지 자원을 소비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향후 백년이내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4도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한 기우로 치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기후변화는 많은 변화를 양산하고 있다. 식량문제라던지 해수면 상승에 따른 문제나 사회정치적 환경도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미 사용된 탄소를 다시 회수할 방법은 쉽지 않고 인구증가를 막기에는 현대적인 정치제도가 가지는 한계도 뚜렷해보인다.

현재의 상황만으로는 딱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혼돈기로 달려가고 있다.

많은 이야기와 생각할 거리를 담고 있는 책이지만 무겁지 않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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