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는 없다> 유성운, 페이지2북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이긴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왜 저런 제목으로 출간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왜 한국사는 없을까? 한국사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한국사라고 우리가 부르는 역사는 한반도를 기준으로 발현하고 사라졌던 왕조에 대한 역사라고 배워왔다.

이 책은 우리가 왕조를 중심으로 배우는 역사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집어주고 있다.

한국사를 한국과 한반도를 중심으로만 바라봐서는 보이지 않던 세계적인 흐름과 그 시대의 기후와 자연환경을 통한 영향까지 고려해야만 보이는 역사가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삼국시대의 시작이 되었던 낙랑군의 소멸은 또 다른 시작이었으며 한반도 경제와 정치적 흐름을 바꾸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잘 몰랐던 역사이기도 했고 결국 중원에서 발생한 문화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흘러갔던 고대의 흐름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장수왕이 왜 만주벌판을 버리고 한반도 한강유역에 집중했었는지, 병자호란에 기후가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는지, 노예제도가 필요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지금까지 역사책에서 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이동거리와 경제적인 영향력이 강화된 현대에는 세계 속에서 한국의 모습을 바라봐야 좀더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현대가 아닌 과거부터 우리는 세계적인 흐름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고 인간의 삶은 인간이 만들어가는 역사뿐아니라 지구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존재였다는 점도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다.

일본으로 떠난 마지막 조선통신사와 그당시 일본의 젊은 천재이자 훗날 국학파의 거두가 된 가메이 난메이와의 조우는 묘한 아련함을 만들어 준다.

오규 소라이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해졌고 그의 저작을 구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의 이야기 어느 하나 소홀하게 넘어갈 수 없는 내용이고 읽는 사람들에게 흥미와 지식을 함께 전달하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다.

자신 만의 통찰을 다른 사람들에게 설득력있게 잘 전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고 그런 능력과 지성이 모여 새로운 시간을 만들어 간다고 믿는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한 장면을 만들어 주는 책이었다고 생각된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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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지문은 DNA를 말하지 않는다> 알폰소 마르티네스 아리아스, 윤서연, 드루

이 책은 우리가 DNA라고 알고 있는 유전체 중심으로 인간을 해석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며 세포를 중심으로 인간을 해석해야한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책이다.
(내가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살짝 자신이 없다.)

솔직히 어렵다.

내 이해도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전문 용어가 많다보니 모든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한계를 느낀다.

한번 읽고 모든 내용을 이해하긴 쉽지 않지만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DNA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날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1부에서는 DNA(유전자)의 발견과 그것이 우리 삶과 문화를 바꿔가고 있는지 설명해주고, 최근 몇년동안 새롭게 알려진 세포의 일생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전환은 진화의 중요한 지점이지만 아직도 명확하게 세포간의 협력을 이끌어낸 동기를 설명하진 못하고 있다.

2부에서는 복제양 돌리이야기를 시작으로 유전자와 배아 세포와의 관계에 대한 다양한 실험 결과를 통해 난자와 배아 그리고 태아와 인간 세포의 성장 간의 관계에 대해 보여준다.

3부에서는 신체의 일부를 재생하기 위한 배양세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의 발견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줄기세포를 통한 배아 생성에 대한 연구 과정을 소개하고 마지막으로 배아란 무엇이고 인간은 무엇인지 스스로를 복제하게 될 경우 생길 여러가지 윤리적 사회적 역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것을 요구한다.

유전자 가위라는 말이 유행하고 유전자 검사만을 통해 암발생 가능성을 따져보고 자신의 신체 일부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전자 정보가 얼마나 불확실한 정보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유전자가 가지는 연관성이 인과관계로 착각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우려하고 있으며 유전자가 아니라 세포를 중심으로 인간을 바라봐야 좀 더 의미있는 분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는 명확한 답은 없다.

앞선 연구들이 가지는 의미와 한계를 정확하게 알려주려는 것이 더 큰 목적이었다고 생각하고 상업적인 가치로 인해 유전자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을 경계할 것과 진짜 유전정보 탐색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전부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의 관행을 뒤집고 불확실한 정보라도 올바른 정보를 대중에게 알리는 것은 과학자의 책무라고 생각하기에 이 책이 가지는 가치가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적어도 두어번은 더 읽어봐야 할 것 같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느낀다.

책 초반에 소개된 유전자를 2개 가진 키메라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서 키메라의 존재가 15%정도라니 수많은 친자확인 검사에서 키메라여서 불일치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마지막 참고문헌에는 세포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표현한 애니메이션에 대한 소개가 있어 유튜브에서 찾아보았다.

어느 타이밍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야하는 것인지는 생물학자의 관점에서 봐야할 것 같지만 앞서 읽었던 <미키 7> 속 미지의 생물들과 새로운 개척지 행성에 대해 따로 상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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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 있는 철학 상식 사전> 마이클 무어, 이규리, 크레타

철학 상식 사전이라니 뭐지? 요약서 개념인가? 역시나 요약서 개념은 맞긴 한데 조금 다르다.

이 책에 따로 부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서양철학 상식 사전이라고 하던가 유럽 철학 상식 사전이라고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부터 현대 철학까지 유렵을 중심으로 하는 철학 사조에서 다루는 개념에 대한 핵심을 뽑아 설명하는 책이다.

정확하진 않겠지만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크게 구분하면 동양철한은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시작해서 발전해왔다면 서양철학은 고대 그리스의 인본주의에서 시작해서 중세의 기독교적인 전통에 기대었던 철학사조와 르네상스이후 신(종교)로부터 인간을 분리해가는 과정이 철학 사조의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이해하고 있다.

너무 단순화 시킨 것이라 실제론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내가 이해하는 큰 줄기는 그렇다.

이 책은 그런 흐름 중에서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한 인본주의적 철학사조가 중세와 근대, 현대를 이어서 어떻게 전해졌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런 유사한 다른 책과 다른 점이자 장점을 이야기 하자면 이 책은 조금 어렵다. 철학적 이슈마다 심도 있는 해석을 담고 있어 교양 수준에서 읽기에는 조금 어려운 내용을 담고 있지만 반대로 최근 1900년 이후 태생의 철학자들이 생각해낸 다양한 논제들을 다루고 있어 최근 철학계의 논점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물론 논제라는 것은 명확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화두에 가까운 개념이니 그런 내용을 어떻게 받아드릴 것인지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야 할 것 같다.

여러 논점들 중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쾌락주의로 알려졌던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설명과 스토아 학파의 회의주의에 대한 논점이 마음에 들었고 어떤 면에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고민이나 지금의 고민이 크게 다르지 않게 보였다.

이 책에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또 다른 재미는 현대에 와서 인공지능의 지능을 다루는 '중국인 방' 문제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문제까지 결국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왔던 경험과 인지 능력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이 어떻게 양립하고 보완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고 보여진다.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주의가 사실은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금욕주의에 가깝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스토어 학파의 회의주의가 말하던 '믿음'에 대한 문제는 결국 믿음이 이성을 마비시키고 사회를 어지럽히는 대상이라는 것에 대해 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결국 근거없는 '믿음'은 이성과 과학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여러 논점 들 중에서도 '중국어 방'은 현업과 관련해 생각할 점이 많았는데 '중국어 방'이 지능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판단은 좀더 수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보니 난 경험주의자이면서 유물론자이고 변증법을 따르지만 쾌락주의이면서도 회의주의자였던 것 같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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