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을 다니면서 어버이날마다 무언가 가저오긴 했지만

선생님을 손을 빌리긴 했어도

자신의 의견으로 직접 제대로 꾸며서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우스꽝스런 장식이 가득한

가운데 카네이션 꽃이 달린 효자손이었지만

즐겁고 재미나다.


문득 어린시절 수학여행에서 의무적으로 집어왔던 선물로 효자손이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그때 어머니는 어떤 마음이셨을까?


이번 어린이날은 삼진아웃제를 도입해서

정작 본인은 어린이날 선물도 따로 받지 못했음에도

수긍하고 투정도 안부린다.


오히려 하루종일 어버이날 서비스 잔치를 벌이느라 바쁘다.


시간마다 엄마 아빠를 번갈아 안마하고

평소와 다르게 잠자리도 양보해주고

어버이날 서비스를 제대로 받았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아이가 또 한단계 성장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더 즐겁고 신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활할 수 있게 해주고 싶다.


항상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더 만들지 못함을 미안하게 생각한다.


부자나 좋은부모는 아닐지 모르겠지만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살아가며 지켜봐주는 부모가 되고 싶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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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약속

길들여지기 2018. 5. 8. 09:32

약속을 어기는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아무것도 약속을 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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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분명 맛살을 넣은 김밥에 도전하겠다고 내일은 꼭 맛살을 넣어달라던 딸래미는

오늘 맛살이 들어간 김밥을 보더니 자신은 그런말을 한적이 없다고

빼달라고 화를 낸다.


엄마와 아빠가 모두 동일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아이는 맛살을 빼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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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아이같은 사람이 있다.


기존의 약속이나 말보다는 현재의 감정과 상태가 중요한 사람


특히 여성에게서 많이 보이는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사람일 수록 과거에 대한 기억력이 약하다.


자신이 이전에 했던 말이나 만들었던 얕은 신뢰는 가볍게 무시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의 변덕(?)은 여성스러움이고 애교일 뿐이라서

남자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실제로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다행이도 아내는 변덕스러운 면이 별로 없지만

딸내미는 꽤나 변덕을 부린다.


한동안 변덕스러운 여자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나였기에

잦은 변덕이 익숙하지 않아 때론 진심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고 화를 꾹꾹 눌러야 할때가 많다.


아이라서 그런지 기억력이 나쁘지 않은 것은 다행인데

위의 김밥사건처럼 정말 기억을 못하는지 헛갈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사실 이 문제는 딱히 여자만의 문제는 아니다

남자도 조석으로 감정과 생각이 변하는 존재이기때문에

인간 전체의 문제일 수 있다.


다만 기억과 약속을 중요시 하는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보다는 약속했던 내용을 더 우선시 하는 것일 뿐이다.

그 기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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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도 안오고 기억의 왜곡에 대해 생각하다가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을 디비디로 봤다.


사놓고 그냥 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보게 되었지만 영화 자체는 이전에 한번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처음 봤을때완 다르게 좀더 진지하게 영화를 보게 된다.


어느 산속에서 발견된 사무라이의 시체

3일후 부교소에서 증인들에 대한 심문이 있게 되는데

시체를 신고한 나무꾼과 지나가다 사무라이와 마주친 승려를 제외하고

사건 당사자로 불려온 증인은 모두 3명으로

도조마루라는 도적

사무라이의 아내

무당을 통해 불려진 죽은 사무라이

였다.


승려와 나무꾼은 누구말이 진실인지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세명의 증언에서 공통적인 것은 도적이 사무라이를 제압해 밧줄을 묶고

사무라이 앞에서 부인을 능욕한 후 누군가에 의해 사무라이가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각자의 관점에서 증언된 내용은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없게 한다.


어쩌면 아무에게도 진실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

세명의 증언으로 사건이 입증되지 못했지만

진실은 전혀 다른 곳에서 확인되게 된다.


영상적인 요소나 여러가지 50년도 영화인데도 어색함도 없고 세련된 영화다.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그냥 주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세명의 증언을 듣고 있다보면 여자와 사무라이의 증언이 상대적으로 더 어색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무라이의 증언이야 단지 자신의 위신을 챙기는 정도라면

여자의 증언은 복잡한 자신의 심경을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거짓증언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잘느껴진다.


왠지 공감가는 대사들


"여자들은 뭐든지 속이죠 심지어 자기자신까지도"

"인간은 다 이기적이야 모두 변명뿐이지"


특히 두번째 대사는 지금의 나를 향한 말처럼 들려서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다.


스스로 이기적이라고 느끼는 변명만 가득했던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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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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