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13


한달에 한번 책을 읽고 토론하는 작은 동네 독서모임을 같이 하고 있다.


대한민국 XX평균이라는 찌라시 같은 신문들의 엉터리 통계를 인용하진 않아도

책을 적게 보는 편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책에 대한 편식이 심해져 간다고 느껴질 때쯤 우연히 만나게 된 모임이었다.


어느덧 2년이 지나가는 시점에서

얼마전 모임에서 재미난 일이 있었다.


실제 모임에 한번도 나온적이 없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대략 20대 후반 정도의 어느 신입회원이

한 권의 책을 선정하고는 모임당일에 참석도 않고 바로 전날 그냥 탈퇴를 해버린 사건...


그분이 탈퇴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날 선정했던 책 덕분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모임이 되었다.


나는 선정된 책을 다 읽지 않았다.

아니 읽어가다가 자기개발서식의 나열에 지루함을 느꼈고

결국 책을 다읽을 이유를 찾지못해 중간에 읽기를 포기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 될 것 같다.


이날 선정되었던 책은

21세기 북스에서 나온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김상근 저)> 였는데

모임에서 다른 분이 설명해 주셔서 21세기 북스가 자기개발서 전문 출판사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한때는 책에 빠져 한달에 10권 20권씩 읽었던 적도 있었지만

점점 일상이 바빠져 가면서

한달에 2~3권 정도밖에 책을 읽지 못하는 것 같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따라 좀더 읽기도 하지만

대체로 주당 한권의 책을 읽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50권정도의 책을 읽게된다.


실제로 모임에서 어느분이 이런 식으로 계산한 적이 있었는데

현재의 평균수명을 감안해서 70세까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남은 생애동안 1000~1500권정도 밖에 읽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것도 한주에 한권씩 부지런히 읽었을경우에 말이다.


그분이 그러니 한권의 책을 읽더라도 좀더 양식이 되는 책을 읽고 싶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다.


아무리 책 편식을 피하고 싶어 독서모임을 하는 것이라도

나에게 자산이 되지 않을 책은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책이 아마도 그런 책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물론 모임에는 여러 나이대와 다양한 사람이 모여있어서

나름 선정되었던 책이 의미있게 다가온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과거에는 무조건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많은 책을 읽고 점차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무 음식을 막먹으면 안되듯이

책도 아무책이나 보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부르는 만큼

맛있기만 해도 안되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자기개발서 라는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개발서라는 것인 선배의 경험을 후배에게 전달하는 것이기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자기개발서는 점장이가 사람의 앞일을 맞추기 위해 입발린 뻔한 소리만 하는 것처럼

자기개발서도 그저그런 이야기들이 들어있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이 드는 시간이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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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

철없는삶이좋다 2018. 8. 25. 22:30


#이석증

#노화


알람소리에 일어나는 순간 어지럼증이 느껴진다.


천정이 빙빙돌며 그대로 몸이 쓰러진다.


순간 기가 허해졌나 싶어 그대로 쓰러진체로 잠이 들었는데 다시 눈을 뜨니 머리는 지근거리고 천정은 아직도 울렁거리고 있다.


부스스 일어나 쓰러진 반대편으로 몸을 옮기는 순간 또 천정이 돌아간다.

눈송이 모양을 닮은 상들리에는 영화 속 한장면처럼 빙글거리는 통에 잠시 눈을 감고 어지러움이 멈추길 기다려본다.


오른쪽으로 누울때마다 어지러움이 생기는 걸보니 이석증이 재발했나보다.


병원에서 배운대로 왼쪽으로 쎄게 누워 고개를 하늘로 살며시 돌리며 빠진 이석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운동을 반복해본다.


몇해전부터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이석증은 두통과 어지러움증을 가져다 주며 한동안 나를 괴롭힌다.


갈때마다 흰색가운 위에 화려한 겉옷을 꼭 걸쳐입고 진료를 보는 젊은 여의사는 '일종의 노화현상입니다' 라고 담담히 이야기해준다.

달팽이관이 나이들면서 헐거워 지기도 하며 그만큼 쉽게 이석이 빠질수있다고 설명을 친절하게 해주지만 나이 40이 넘어가며 부인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진료과를 순회하듯 하나씩 전전하고 있는 내 모습이 더이상 젊음이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 되었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세상에 적당히 길들여지지 않으며 살아가겠다고, 철들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또렷하지만 육체는 더이상 그 시절의 나만큼 움직여주지 않는다.


눈은 노화로 침침해져 작은 글씨는 읽기 어려워졌고 장시간 운전이나 걸음걸이는 무릎을 고통스럽게 한다.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피로하고 순발력과 민첩함이 사라져감을 느낀다.

이유없이 피부는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하고 세배의 운동에도 살은 절반밖에 빠지지 않는다.


아직도 살아갈 시간이 더 많다고 말들하지만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두려움이 엄습한다.

늙어간다는 것, 나이들어 간다는 것이 두려워질 나이가 되었다는 뜻인가보다.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어느시기고 똑같지만 노력해도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생긴다는 것은 두려움을 더 크게 만든다.


이제 남은 시간들은 건강하게 생존하는게 목표인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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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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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

철없는삶이좋다 2018. 8. 21. 10:00


#관심사


여름감기처럼 긴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대학로에서 유명개그맨이 추천했다는 별로 웃기지 않은 코믹락뮤지컬을 보다 꿈을 묻는 장면에서 어제의 대화가 떠오른다.


'관심사가 무엇인가요?'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에 준비되지 않는 답이 떠오른다.


'관심사가 없는게 관심사예요'


말하고나서 스스로 썰렁함을 느꼈다.

이 자리에 어울리는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다른 답은 쉽게 혀에 얹히지 않는다.


굳이 따지면 틀린말도 아니지만 내 대답이 맘에 들지 않는다.


사진, 술, 음식, 여행, 지리, 컴퓨터, 프로그래밍, 명상, 남자, 여자, 관계, 영화, 소설, 역사, 정치, 변혁, 등등

관심사라고 부를만한 대상이 너무 많았던 시간도 있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고 즐기려고 노력했던 시간들...


지금은 그 모든 관심사를 지나온 다음 겪는 권태기 같은 시간일지도 모르지만 현재 나에게 관심사를 물으면 딱히 할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 관심의 대상은 언제나 사람이었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아직 나는 나 자신도 알지 못한다.


어쩌면 생존자체가 관심사일지 모를 순간을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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