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웅장함과는 달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이다.


여행을 떠나기 직전에 배송되어 여행지에서 짬짬이 읽었는데 부담없이 읽히는 책이라 여행의 좋은 동반자가 되었다.


생물학자인 저자는 세상을 바꾸는 힘은 "동조압력"을 극복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주장한다.

다수가 결정하는 것에 따르지 않는 소수자가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고 발전시키는 주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동조압력은 무리지어 생활하는 동물들에서 나타나는 습성을 말하는데 말 그대로 무리의 다수의견에 동조하는 경향성을 말하고 있다.


다른말로 하면 군중심리와 유사한 표현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생물학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좀더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동물적인 존재로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동조압력에 대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다.


최근 인터넷에서 어떤 이슈에 사람들이 경향성을 가지게 되면 여러사람의 의견이 진실성을 가진 것처럼 변질되고 그것에 부화뇌동하는 우리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하게 된다.

유행에 뒤쳐질까봐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거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식당을 찾아가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인간들의 모습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동물의 전형적인 특성이고 그러한 특성에 가장 어울리는 제도가 민주주의였다는 점에 주목해 사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한 자신의 생각들을 무겁지 않게 잘 풀어내고 있다.


다수결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사실 다수에 들어가지 못한 존재들이 억압받거나 불편을 겪기 쉬운 제도라는 점에서 굉장히 폭력적인 정치체제이다.

다수만이 아닌 전체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 지금의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그래도 소수자의 소리나 의견이 자주 묻히는 모습들을 주변에서 보게 된다.


생물학자답게 저자는 첫장에서는 인간과 동물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면서 인간이 가지는 장점과 어떻게 이성적인 존재로 자리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동조압력을 유지하고 있는 인간사회가 실제로 괴짜나 천재들에 의해 어떻게 혁신이 일어났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근거들을 말하고 있다.

반대로 최근 일본 과학계와 일본사회에서 동조압력에 굴복한 다수결에 매몰된 우울한 사례들을 열거하면서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라는 가면뒤에 숨어있는 동조압력에 대한 압박과 그것을 이겨내온 소수자들이 일구워온 혁신을 바탕으로 일본사회가 가져야할 혁신의 과제가 무엇인지 말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속해있는 일본이 사꾸라 정신으로 대변되는 집단주의 경향이 강한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사회가 동조압력이 유독 강조되는 사회라는 점에서 이런 동조압력이 일본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나쁜 습성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어했다.


극단적일 정도로 남을 배려하는 문화를 가진 일본사회는 예전같지 않다고 해도 지역마다 축제가 활성화되어있는 집단주의 전통과 문화가 잘 살아있는 일본은 전후 단 한번도 정권교체가 일어나지 않은 독특한 정치적 관습을 가지고 있다. 소위 일본식 민주주의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상 일당독재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여서 동조압력이라는 개념이 일본을 지배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저자가 1947년생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68세대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미일관계에 대해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일본의 영토분쟁에 대해 겸허한 자세를 보이며 현재 일본이 소수자의 소리에 귀기울지 않는다면 또는 일본인들 스스로가 개인으로서 소리를 내지 않는다면 일본의 미래는 암울하다는 걱정이 가득 들어있다.


그런면에서 과학자로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소신있는 발언도 의미있게 읽혔다.


저자의 모든 주장에 다 동의하긴 어려웠지만 동조압력이라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주었고 그것이 실제 사회에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부담없이 읽히지만 개인으로서 지켜나가야 할 삶에 대해 가볍지 않은 물음을 던져주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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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커뮤니티에 후기를 공유했을때 책의 내용과 연관된 동영상을 댓글로 올려줬는데 내용이 재미있어 같이 링크해둔다.




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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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사전>


꼰대  


[명사] 

1.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2.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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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질


1.직장이나 모임 따위에 오랫동안 몸 담았던 이가 타인에게 관습을 강요하는 태도를 낮잡아 일컫는 말. 



<프랑스어 사전>


꼰대   

1. [비어] (= 늙은이) 2. (= 아버지) 3. (=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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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단어의 원뜻보다는

사회적으로 정의된 뜻이 더 강하게 사용되는 경우가 왕왕있다.


예전에 '일체유심조'에 대해 동호회 뒷풀이 자리에서 밤새 누군가와 진행했던 논쟁이 떠오른다.


그 친구는 불교철학과인지 인도철학과 출신으로 불교경전에 밝았고

나는 그 분야에 무지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논쟁은 줄곧 평행선이었고

나는 결코 지지 않았다.


정확히는 고집을 부렸다고 해야하나?


내 마지막 논리는 사회적인 통념으로 사용되는 단어에 대해

원론적 잣대로 적용하는 것이 틀리진 않겠지만

그 단어가 가지는 사회적 합의를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얼마전 어느 모임에서 발생한 꼰대에 대한 논쟁에서 내 입장은 10년전 그 친구의 입장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꼰대가 가지는 사회적 쓰임에 대해 무지했던 것 일까?

꼰대라는 말이 가지는 강렬함은 컸었다.


우리때도 좋은 의미는 아니었지만

아마도 지금 시대에서 꼰대란 접근불가한 존재인 듯하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의미보다 더 강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나보다.


꼰대질이란 누구를 가르치려 드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함은 보지 않고 자신의 관점에서 남을 가르치려고만 드는 것을 꼰대질이라고 말한다.


꼰대라는 말의 정의가

'늙은이' 또는 '선생님'이라는 것에 비추어 보면

가르친다는 행위가

이해와 공감을 가지기보다는 자신의 관점을 강요하고 주입하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나 또한 꼰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매번 나의 관점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주의를 가져야 할 것 같다.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많다.


일종의 커밍아웃인데

우리 주변에서 '나는 메갈이다' 또는 '나는 빨갱이다' 식의 자기 정체성을 사회적 소수자이자 저항의 의미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을 커밍아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느끼는 가장 강력한 커밍아웃이 '나는 일베다'라고 생각한다.

소위 '일밍아웃'인데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정적인 세력을 상징하는 단어는 일베와 워마드가 아닐까 싶다.


소수자와 저항이 진보의 전유물은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때론 부정적 단어를 자신의 정체성의 상징으로 받아드리기도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꼰대다.

좋은 꼰대가 되기를 고민하는 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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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신천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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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가슴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가슴으로 살아야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언제나 머리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쳐 왔고

머리로 살지 않는 사람들을 감성적이고 변덕이 심한 사람으로

함께 일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몰아갔다.


가정을 돌보면 안되는 것이 미덕이다.


경제부총리는 자식의 빈소도 비우고 일을 했다고 한다.

어느 코메디언은 아버지의 부고에도 남을 웃기기 위해 쇼를 했다고 한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할 수 없었던 것들

나는 할 수 없었다.


슬픈데 웃을 수 없고

사랑하는데 말하지 않을 수 없고

즐거운데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그대로 해야했던 나였는데


식어가고 있다.


가슴이 식어가고 있다.


박동의 간격이 길어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아마도 시간이 좀더 흐르면 손발부터 얼듯이 차가워 질 것이다.


식어가는 심장으로 인해 차가워진 피가 나를 얼리고 있다.


한여름에 냉기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는 순간들

항상 뛰고 있는 가슴을 즐기며 살아오던 삶에 찾아온 변화는

심장이 고장이 난것인지

수명이 다해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단지 열정이라는 재료가 소진된 탓일지도 모른다.


손끝과 뇌가 차가워지면서 말이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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